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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장타자 전쟁 이겨낸 '평범한' 모리카와 "330야드 안 쳐서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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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세에 PGA챔피언십 우승…"이 맛 알게 됐으니 멈추지 않을 것"

연합뉴스

콜린 모리카와의 16번 홀 티샷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1997년생 콜린 모리카와(미국)에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의 '워너 메이커 트로피'를 안긴 한 방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TPC 하딩파크 16번 홀(파4)에서 날린 드라이버 티샷이었다.

14번 홀(파4) 칩인 버디에 힘입어 단독 선두로 나섰다가 16번 홀 버디를 잡아낸 폴 케이시(잉글랜드)에게 공동 선두를 내준 상황.

우승 경쟁에서 막판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결정적인 전환점이 필요했던 그는 캐디 J.J. 재코백과 상의한 뒤 드라이버를 들었다. 티샷으로 곧장 그린을 노린 것이다.

294야드인 이 홀은 장타자의 경우 드라이버를 제대로 친다면 홀을 훌쩍 넘어간다. 시즌 평균 드라이버 거리가 약 296야드로 투어 내 10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모리카와에게는 오히려 드라이버로 공략하기에 적합한 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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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번 홀 이글에 기뻐하는 모리카와
[EPA=연합뉴스]



그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티샷이 그린 바로 바깥에 떨어진 뒤 굴러서 홀 2m 남짓한 곳에 안착한 것이다. 그대로 이글 퍼트를 넣은 그는 단숨에 케이시를 2타 차로 밀어내고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3라운드까지 선두 더스틴 존슨을 필두로 브라이슨 디섐보, 브룩스 켑카, 캐머런 챔프(이상 미국) 등 장타자들이 득세했으나 마지막에 웃은 건 '거리'만 놓고 보면 그 축에도 들지 못하는 모리카와였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기자회견에서 모리카와는 16번 홀 상황을 돌아보며 "내겐 정말 평범한 드라이버 샷이 필요했다. 어떤 특별한 것도 필요가 없었다"면서 "330야드를 치지 않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너스레로 만족감을 전했다.

14번 홀 칩인 버디도 우승의 발판을 마련한 샷이었다. 모리카와는 "캐디가 '칩샷 한 번 넣어보자'고 말했는데, 샷이 무척 좋았다. 내게 필요했던 모멘텀이었다"면서 "거대한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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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트로피 들어 올린 모리카와
[AP=연합뉴스]



두 번째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일궈낸 이번 우승으로 그는 단숨에 PGA 투어의 차세대 스타로 발돋움했다.

모리카와는 "그저 놀랍다. 이건 내 인생의 목표였다. 모든 프로 선수를 보고 자란 아이로서 항상 원해왔던 것"이라며 "지금의 나이에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할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행복의 절정에 있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종 라운드 중반에도 7명까지 공동 선두를 달렸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낸 모리카와는 "이렇게 붐비는 리더보드에 있었던 게 처음이었는데, 이런 대회에서 우승한 게 무척 특별하다"며 캐디 재코백에게 여러 차례 공을 돌렸다.

"캐디의 존재가 무척 컸다. 그와 함께해 행운이다. 그는 내 경기를 잘 이해하고, 내가 어떤 선수인지도 잘 안다"면서 "그와 계속 함께하지 않은 (캐디가 전에 맡은 선수인) 라이언 무어에게 감사하다"고도 말했다.

시즌 2승으로 페덱스컵 랭킹과 상금 등에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세계랭킹은 5위까지 뛴 모리카와는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싶다는 포부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제 이게 어떤 것인지, 메이저대회가 어떤 것인지 맛을 봤으니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회가 열린 샌프란시스코 인근 UC 버클리를 졸업한 그는 "샌프란시스코는 내가 4년을 보낸 '제2의 집' 같은 곳이라 우승이 더욱 특별하다"고 덧붙였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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