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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쪽박펀드 깨고 직접투자···부동산 대신 ‘주식’ 사는 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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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국내 공모펀드의 규모(설정원본)(자료제공=금융투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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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대기업에 박모 씨(41)는 요즘 업무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MTS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사들인 바이오 테마주인 A사의 주가에서 눈을 뗄수가 없어서다. 지난 해 증권사에서 신규 계좌를 만들어 펀드에 5000만 원을 적립식으로 투자했지만 수익률이 –30%에 달하면서 환매하고 남은 돈으로 직접 투자에 나섰다. 그는 “펀드 판매를 적극 권유하던 은행이 원금을 까먹고 있는데 꼬박꼬박 수수료를 내느니 내가 직접 투자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즘 해외 주식도 들여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반토막’ 펀드에 분통이 터진 투자자들이 늘면서 펀드를 깨서 직접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기존에는 개미 필패론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높은 수익률을 내는 ‘스마트’ 한 개미가 늘면서 ‘필패’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졌다. 뭉칫돈을 꺼내든 ‘큰손’들도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규제와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해 증권사의 프라이빗뱅커(PB)를 찾고 있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국내 공모펀드의 규모(설정원본)는 154조5226억 원(예금성 단기자금 제외)으로 지난 3월(157조2662억 원)에 비해 3조 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주식형 공모펀드의 자금이탈이 두드러졌는데 7월 기준 주식형 공모펀드 규모는 57조7632억 원으로 넉달 사이 약 4조 원이 줄었다.

이같은 추세는 일명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직접 투자 열풍 때문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큰 손들도 직접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자산 30억 원 이상 큰손들의 주식 순매수 금액 규모가 올 들어 전년 대비 23배 늘었다. 이들의 개인별 주식 매수 규모는 평균 37억 원에 달했다.

한 증권사 지점장은 “최근 종목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펀드 등 간접 투자보다는 직접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확연히 늘었다”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 정부 정책으로 전세 자금의 부동산 재투자가 힘들어 지고 기간도 길어지면서 전세를 주고 받은 전세금을 직접 투자로 운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개인의 직접투자가 증가하면서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의 매매 비중이 크게 늘고 있는데 코스닥 시장의 경우 거래 대금 기준으로 지난 6월 말 전체 거래량의 86.9%를 넘어섰다. 코스피 시장에서도 매매대금의 60% 이상은 개인의 몫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으로 신규계좌 개설 고객은 20대 이하(26.5%)와 30대(26.0%)가 전체의 52.5%를 차지했다. KB증권의 경우 2030세대 비중이 56%에 달했다. 앞서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분기 주식활동계좌 수는 2935만 개로 지난해 동기보다 5% 늘었다고 밝혔다.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 1월부터 7개월 연속 월별 기준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 규모도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5조537억 원으로 7거래일 연속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14조 원 대를 재돌파한 이후 7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을 주도하는 개미들의 돈을 이른바 ‘앵그리 머니’ 성격이라고 보고 있다. 코스피가 2400선을 넘보는 시기에 접어들면서 많은 펀드 가입자들이 아예 펀드에서 이탈해 증시의 대기자금인 예탁금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에서 염증을 느끼거나 정부의 세금폭탄을 피해 증시로 눈을 돌려 이른바 ‘똘똘한’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들조 적지 않은 상황이다.

앵그리머니(Angry money)는 기존에 펀드와 주식으로 크게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주식시장으로 몰려드는 현상을 뜻하는 용어다.

또한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펀드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직접투자에 나서는 개미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펀드 수수료는 맡긴 돈의 연간 2.5∼3%에 이르지만 개인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로 직접 매매를 하면 공짜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코로나19의 충격에 벗어났을 때를 대비해 중장기 상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변동성과 은퇴자산에 대해서는 투자했지만 중장기 투자상품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했다”면서 “금융시장이 코로나19의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 투자상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투데이/구성헌 기자(carlov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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