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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코로나 ‘한 방에’ 앞당겨진 미래…“백화점이 창고로 바뀐다고?” [정환보의 '디스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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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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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이 서 있던 시내 중심가에 택배 물류창고가 들어선다. 석유를 팔아 막대한 돈을 벌던 기업이 하루 아침에 휘청거린다. 아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던 놀이공원이 더 이상 ‘모험’이 아니라 위험한 곳이 된다.

반년 전만 해도 몇 십 년 뒤에 벌어질지 긴가민가했던 일들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함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일상생활이 급격하게 바뀌면서 이에 민감한 기업들의 부침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최근 미국에서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간 백화점 점포 몇 곳을 자사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마존은 미국 최대 쇼핑몰 운영업체 사이먼프로퍼티와 이 같은 방안을 논의 중이다. 감염병 유행으로 매출이 급감하며 지난 5월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백화점 체인 JC페니와 앞서 2018년 파산절차를 밟은 시어스 백화점 등이 ‘대형 물류창고’ 후보들이다. 사이먼프로퍼티가 미 전역에서 운영 중인 JC페니 백화점 63곳과 시어스 백화점 11곳 가운데 몇 개 점포가 논의 대상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미 재계에서는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비즈니스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여겨진다.

WSJ는 “이 협상은 쇼핑몰의 쇠락과 전자상거래의 부상이라는 두 가지 트렌드의 교차점”이라고 분석했다. 아마존은 배송지와 동떨어져 있는 물류센터를 고객 거주지 인근으로 옮겨 배송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사이먼프로퍼티도 안정적인 임차인을 얻는 셈이어서 협상 성사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옷은 입어보고 사야지’ 같은 전통적 소비 개념이 옅어지는 와중에 ‘태풍급’ 코로나19가 불어닥쳐 기업의 입지(立地)를 확 바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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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ARAMCO)의 원유 생산·정유시설 |아람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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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올해 2분기(4~6월) 순이익이 ‘반의반 토막’이 났다. 아람코는 이날 실적공시에서 2분기 순이익이 65억7000만달러(약 7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7억(29조2000억원) 대비 73.4%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고 ‘알짜 기업’으로 불리던 아람코는 지난해 12월 기업공개(IPO) 당시만 해도 시가총액 세계 1위에 오르면서 위상을 과시했지만, 올 상반기 코로나19에 맞닥뜨린 세계 각국이 내린 봉쇄령에는 맥을 추지 못했다. 전 지구적으로 비행기 운항이 중단되고, 자동차는 물론 공장 가동까지 멈추면서 석유 수요가 바닥에 이른 것이 실적 부진의 주된 이유다. 사우디·러시아·미국의 유가전쟁으로 한때 원유 선물 가격이 초유의 ‘마이너스’를 기록한 ‘역대급’ 저유가도 직격탄이 됐다.

이 같은 아람코의 위기는 주가에도 반영돼 이달 초에는 시가총액 세계 1위 자리를 미국 애플에 내줬다. ‘석유 의존 시대’의 퇴조는 예견된 대세이긴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그 속도가 한층 빨라졌고 이것이 수치로 드러난 것이 아람코의 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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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월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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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변모도 눈에 띈다. ‘가족과 함께·찾아가는’ 초대형 놀이공원 업체들은 죽을 쑤는 반면, ‘나 홀로·집에서 즐기는’ 온라인 스트리밍 산업은 활황을 누리고 있다. 스트리밍 선두주자 넷플릭스는 올 들어 주가가 66%(최고점 기준) 상승했는데, 테마파크 디즈니월드·디즈니랜드를 운영하는 디즈니는 1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그나마도 달라진 트렌트를 예견한 디즈니는 넷플릭스와 유사한 ‘디즈니플러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유료 가입자 6000만명 이상을 모으면서 손실을 일부 만회했다.

디즈니의 위기 역시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밀접·밀집·밀폐를 꺼린 데서 비롯됐다. 폐쇄 넉 달 만인 지난달 11일 운영을 재개한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디즈니월드는 최근 플로리다주의 감염 확산과 이용객 감소로 다음달 8일부터 운영 시간을 1~2시간씩 단축하기로 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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