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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최헌규특파원의 금일중국] '왕징에 한국말이 사라졌다' 베이징 한인타운 쇠퇴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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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과거엔 길을 걷다보면 행인들 가운데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이 절반을 훨씬 넘었어요. 식당도 한 두집 건너 하나가 한국 음식점일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9일 탕산 펑남통달그룹 왕징 푸팅(卜婷) 대표는 "8년 전 왕징에 와서 한국의 중국 시장 투자를 자문 유치하는 일을 해왔다"며 "당시만해도 왕징은 '베이징속의 작은 한국'이었으나 지금은 한국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빠르게 중국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베이징 한인촌 왕징에는 8월 8일 국제화 상업 거리 왕징샤오제(小街)가 개장을 했다. 낡고 어지러웠던 거리가 5개월 동안의 재단장을 거쳐 왕징의 새로운 명물 국제화 쇼핑 거리로 탈바꿈한 것이다. 과거 같으면 여기에 '한류'가 당연히 중심 테마중 하나가 됐겠지만 지금은 한국 이미지나 흔적을 찾아 보기 힘들다.

푸딩 대표는 부동산개발과 문화 레저 등의 분야에서 10년 가까이 한국 파트너와 합작 사업을 진행해왔는데 사드 사태로 한국 업무가 큰 타격을 받은데 이어 곧바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지금 한국 관련 일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동안 한국어 명함을 따로 만들어 가지고 다녔는데 지금은 거의 필요가 없어졌어요". 푸딩 대표는 중국어 명함을 내밀면서 "한국 대신 중국 기업과 자본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협력 파트너를 물색하는 것이 주 업무가 됐다"고 말했다.

"사업 파트너 가운데 한 분인 한국인 사장님은 대기업 주재원과 자영업으로 25년 넘게 중국에서 생활해 왔는데 최근 코로나19 경제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귀국길에 올랐어요" 푸딩 대표는 환송식에서 한국인 사장이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쓸쓸히 베이징을 떠났다고 소개했다.

베이징의 왕징은 조양구에 속한 대표적인 한인 타운으로 이곳에 거주하는 한국인 교민이 많을 때는 12만 명을 넘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은 2만 명이나 될까 싶을 정도로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먼저 사드가 한류 전선에 냉기류를 가져왔고, 이어 코로나19가 왕징의 한국 커뮤니티를 쇠퇴시는데 직격탄이 됐다.

뉴스핌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2020.08.10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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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왕징 행정 당국(望京街道)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왕징 전체적으로 등록 기준 한국인 가구수는 2305호, 한국인 거주자 총수는 5105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교민들이 집세 등 생활비가 싼 시 외곽으로 생활 터전을 옮기면서 숫자가 전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이다.

베이징에서 22년째 거주해온 P사장은 왕징 거주 교민들이 치솟는 아파트 월세를 견디지 못하고 베이징 외곽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라며 특히 코로나19가 급습하면서 왕징 교민사회가 한층 빠르게 쇠퇴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이 갈수록 왕징 일대 많은 한국 식당의 주인이 조선족과 한족 등 중국인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자본이 많이 들어간 규모있는 식당의 경우 십중팔구 투자자는 중국인이다. 자본에서 절대 열세인 한국인 자영업자들이 발붙일 터전이 갈수록 옹색해지고 있다.

"전에는 밤 11시 넘어서 까지 식당마다 불이 환하고 거리가 흥청 거렸어요. 밤늦게 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한국 교민이 많았고요. 요즘 밤거리엔 행인수도 전보다 줄어들었고, 자연히 식당가의 불도 일찍 꺼지는 상황입니다". P 사장은 한국 교민수가 줄어들면서 사회 환경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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