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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문찬석 고별사에, 검사 400여명 실명 응원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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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난세의 간교한 검사"라고 했지만

선후배들 "존경하고 감사" "부끄럽지 않은 검사 되겠다"

조선일보

이번 인사로 퇴임하는 문찬석(59) 광주지검장


7일 단행된 검사장급 이상 인사 이후 사의를 표시한 문찬석(59) 검사장이 남긴 고별사에 400명이 넘는 검사들이 댓글을 달았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9일 페이스북에 문 검사장을 “치세의 능수능란한 검사, 난세의 간교한 검사”라고 비난했던 것과는 달리, 검찰 내부의 수많은 선후배 검사들은 각자 실명으로 댓글을 남겨 그의 퇴직에 아쉬움을 표했다.

문 검사장은 7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남긴 고별사에서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의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행태에 대해 우려스럽고 부끄럽다”며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무능한 군주가 무능한 장수를 등용하는 그릇된 용인술 때문이다”라고 이번 인사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해당 글에는 10일 오후 4시쯤까지 4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평검사부터 고검장까지 여러 동료 검사들이 댓글을 남겼다. 대부분이 그의 검사로서의 업적을 칭찬하며 “검사로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되새기겠다”는 취지로 글을 썼다.

이에 대해 한 검사는 “곧 다가올 검찰 인사를 앞두고 현 정부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정면으로 비판한 글에 400명이 넘는 검사들이 실명으로 댓글을 달았다는 건 문 지검장의 신임이 그만큼 두텁고, 이 글에 상당수의 검찰 구성원들이 동의한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니겠냐”고 했다.

댓글은 이번 인사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기 보다는 문 지검장의 퇴임을 아쉬워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지난 1월 문 지검장과 함께 인사 발령을 받은 배성범 법무연수원장과 한동훈 검사장은 각각 “오랜 세월 열정적으로 애쓰셨고 고생많았습니다, 재야에서도 항상 보람과 행복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오랜 시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번 인사에서 서울고검장에 임명된 조상철 고검장은 “바르고 강직한 모습 오래도록 기억날 것”이라고, 김후곤 서울북부지검장은 “‘용기내어 생각하는 대로 살아라! 그러지 않으면 당신은 머잖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는 말처럼 살다가 떠나는 형님, 후배들에게도 ‘저런 선배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음을 위안으로 삼습니다”라고 썼다.

이근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도 “새로운 여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고, 권순정 대검찰청 대변인도 “증권범죄 수사시스템 정비, 수사권 조정 등 어려운 국면마다 최선을 다하신 모습 오래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검찰의 굳건한 전통을 지켜낼 수 있도록 후배들이 더 정진하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최근 이프로스에 “검찰을 다루는 저들의 방식에 분개한다”면서 “그 방식에 기생하려는 몇몇 인사들 또한 검사라는 사실이 한없이 부끄럽다”는 글을 남겼던 이영림 서울남부지검 공보관도 “실력과 인품, 후배에 대한 애정, 검사로서의 소신과 정치적 중립 이런 것들을 갖춰야 후배들이 진정으로 검사장의 지위에 있는 분들을 존경합니다”라며 “검사장님께서 남겨주신 귀한 말씀 마음에 새겨 어떤 분들이 검사로서의 지위를 사적으로 이용하는지 잘 살피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조선일보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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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개가 넘는 댓글에서 문 지검장의 발언을 반박하거나 비판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는 임 부장검사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문 지검장에 대해 “‘치세의 능수능란한 검사, 난세의 간교한 검사’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 만큼 주어진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능력과 처신술이 빼어남이 있었다”고 쓴 것과 완전히 반대된 평가다.

문 지검장은 9일 이프로스에 또다른 글을 올려 “정치의 영역이 검찰에 너무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아 염려된다”, “잘못된 것에는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라며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이른바 ‘추미애 사단’ 검사들과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재차 비판하기도 했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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