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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추미애가 한동훈에 주문한 ‘신독의 자세’, 무슨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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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도 “정진웅이 먼저 한동훈 향해 몸 날려” 진술

중앙지검, 기자 공소장에 한동훈 이름 적시도 못해

세계일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일 최근 인사로 보직이 바뀐 고검장·검사장들을 향해 “법 집행의 대상자가 된 경우엔 특권 의식을 모두 내려놓고 신독(愼獨)의 자세로 스스로 엄정해야 한다”고 훈시해 눈길을 끈다.

‘법 집행의 대상자가 된 경우’라는 표현은 검찰청을 출입한 채널A 기자와의 강요미수 공모 의혹이 불거져 검찰에 피의자로 입건된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의 수사 결과 한 검사장은 사실상 혐의가 없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추 장관이 계속 한 검사장이 뭔가 잘못한 게 있는 것 같은 어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지검 수사팀이 한 검사장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먼저 폭행 등 무리한 행동을 한 점이 백일하에 드러났는데도 계속 ‘검언유착’이라고 우기는 추 장관을 향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추 장관은 이날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검찰 고위 간부 보직변경 신고 자리에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법 집행에 대한 이중 잣대 등으로 국민 신뢰가 이미 크게 떨어졌다”며 “공정성과 중립성을 파괴하는 말과 행동은 삼가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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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 연합뉴스


이어 “반대로 법 집행의 대상자가 된 경우엔 특권 의식을 모두 내려놓고 신독(愼獨)의 자세로 스스로 엄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독이란 중국 고전 ‘대학(大學)’에 나오는 말로, 자기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간다는 뜻이다. 이는 기자와의 부당한 공모 의혹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한 검사장을 향한 경고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얼마 전 중앙지검 수사팀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난 점을 들어 한 검사장에게 ‘공손하게 영장 집행에 협조했어야 한다’는 힐난을 보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 검사장 휴대전화 압수수색 과정에서 벌어진 몸싸움은 전적으로 수사팀의 잘못에서 비롯했다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 당시 압수수색 현장에 있었던 모 검사는 최근 서울고검 감찰조사 과정에서 “한 검사장이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스마트폰을 만진 순간 정진웅 부장이 순식간에 몸을 날린 게 맞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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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검사장을 수사하는 수사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또 하나 중앙지검 수사팀은 채널A 전 기자 이모(35)씨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한 검사장과의 공모 여부는 거론조차 하지 못했다. 수사팀은 “좀 더 수사를 하겠다”고 했으나 법조계 안팎에선 “사실상 수사가 끝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위원장 양창수 전 대법관)는 중앙지검 수사팀에 “한 검사장 수사를 즉각 중단하고 기소도 포기하라”고 다그쳤는데 결국 수사팀이 이를 수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란 얘기다.

그럼에도 추 장관이 한 검사장에게 신독의 자세를 당부한 건 여권 정치인와 일부 못난 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짠 ‘검언유착’ 프레임을 어떻게든 계속 이어가려는 집착에서 비롯한 언행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믾다. 보수 야권의 한 관계자는 “대체 누가 누구에게 신독을 말하는 것인가”라며 추 장관의 근신을 신신당부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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