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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검언유착 수사팀, '이동재 공소장에 한동훈 하지 않은 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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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머니투데이

한동훈 반부패 강력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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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유착'과 '권언유착'으로 알려진 채널A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공소장에서 지난 2월 13일 부산고검을 방문해 한동훈 검사장과 나눈 대화에 대해 '왜곡 편집'으로 공모 관계가 있었던 것처럼 표현한 것으로 지적된다.

11일 머니투데이 더엘(theL)이 입수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의 공소장에 따르면 2월 13일 부산고검에서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나눈 대화에서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의 취재 계획에 큰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처럼 보이게 서술했다.

공소장에서는 이 전 기자이 한 검사장에게 "요즘에 신라젠 이런 거 알아보고 있다, 취재 목표는 유시민이다, 유시민도 강연같은 것 한 번 할 때 3000만원씩 받지 않았겠느냐"라는 취지로 말하자 한 검사장은 "주가 조작의 차원이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적시했다.

이 전 기자가 지난달 21일 공개한 녹취록 전문과 음성파일에서 확인된 한 검사장의 발언은 "거기있는 사람들에게 강연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사람이 와서 강연했다는 것을 밖에 홍보하는 것이 주가조작 차원"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같이 정치권 인사를 강연에 등장시켜 홍보하는 행위가 주가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취지의 일반론을 이야기한 것이지만 공소장은 이같은 맥락을 제거한 채 한 검사장이 신라젠 사건에 대해 '주가조작 차원'으로 사건을 규정한 것처럼 표현했다.

한 검사장이 "하여튼 금융 범죄를 정확하게 규명하는 게 중요해. 그게 우선이야"라고 언급하며 신라젠 사건을 다중피해 금융범죄라고 규정한 부분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수사팀은 공소장에서 한 검사장이 하지 않은 발언을 첨가하는 등 대화의 흐름을 상당히 왜곡해 적시한 부분도 눈에 띈다. 공소장에서 이 전 기자가 '그때 말씀하신 것도 있고, 수사는 수사대로 하되 백승우를 시켜 유시민을 찾고 있다, 이철의 와이프를 찾아 다니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고, 피고인 백승우도 '시민 수사률 위해서 취재 히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자 한 검사장은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 그거는 해볼 만 하지'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썼다.

이 대화 중간에 한 검사장이 유 이사장에 대해 "관심 없어.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잖아. 그 1년 전 이맘때쯤과 지금의 유시민의 위상이나 말의 무게를 비교해봐"라며 유 이사장에 대한 이 전 기자의 취재에 선을 그은 발언은 의도적으로 생략했다.

또 녹취록 전문과 음성 파일에는 없던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란 발언을 집어넣어 "그거는 해볼 만하지"와 붙여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 취재에 적극 가담한 것처럼 표현하기도 했다.

발언 순서를 바꿔 한 검사장이 마치 이 전 기자 측의 취재 목표와 방법, 취재 과정을 다 듣고 적극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내용도 있다.

공소장에선 피고인 이동재는 '교도소에 있는 이철에게 편지도 썼다, 여권인사들이 다 너를 버릴 것이다, 이미 14.5년이고 이것 저것 합치면 팔순이다'라고 하며 설득하려고 한다는 취지로 말하고, 피고인 백승우도 '가족부터 지금 찾으려 하고 있다, 와이프만 걸려도 될텐데라는 취지로 말하며 취재 목표와 방법, 그리고 그간의 취재 과정에 대해 알려주자 한 검사장은 '그런 거 하다가 한 두 개 걸리면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는 이 전 기자와 백 기자, 한 검사장의 발언 순서를 뒤바꾼 것이다. 한 검사장이 '그런 거 하다가 한 두개 걸리면 된다'고 말한 것은 이 전 기자가 "제가 사실 교도소에 편지도 썼거든요. 당신 어차피 쟤네들이 너 다 버릴 것이고"라고 한 말에 이어 언급한 말이다. 백 기자가 '가족부터 지금 찾으려 하고 있다, 와이프만 걸려도 될텐데'란 말은 한 검사장의 이 발언 다음에 나오며 한 검사장은 "어디 계신 거예요 지금은? 어디서 진치고 있어야 될 것 아니야"라며 화제를 돌리려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 검사장이 명백하게 유 이사장 취재에 관심이 없었다'는 수사팀에게 불리한 부분은 빼고 대화 순서를 섞어 악마의 편집을 했다"며 "검찰이 이렇게 공소장 쓰는 걸로 국민들이 오해할까봐 무섭다"고 지적했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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