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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1만여 山地 태양광 70% 文정부때 세워… 주민들 "산사태 정부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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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폭탄'이 부른 논쟁] 山地 태양광, 산사태 유발 논란

"마을 뒷산에서 묽은 흙더미가 찔끔찔끔 흘러내리더니 삽시간에 진흙이 뒤엉킨 거대한 태양광 시설이 민가를 덮쳤습니다."

10일 전남 함평군 대동면 상옥리 매동마을 뒷산 비탈면에는 엿가락 모양으로 휜 태양광 패널과 구조물이 나뒹굴고 있었다. 주민 윤모(48)씨는 "장대비가 내리던 지난 8일 산에서 우르르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태양광 시설 주변 토사가 쓸려 내려오고 있었다"며 "얼마 못 가 패널 구조물이 주저앉더니 일부가 굴러와 이웃집을 깔아뭉갰다"고 말했다.

당시 태양광 패널 여러 장이 30여m 아래 윤모(75)씨의 집과 폐가 등 가옥 2채를 덮쳤다. 윤씨 등은 뒷산에서 요란한 소음이 들리자 집 바깥 안전지대로 신속히 대피해 화를 면했지만, 매동마을 주민 17명 중 7명은 추가 피해 우려에 1㎞ 떨어진 마을회관에서 지내고 있다.

주민들 "정부가 책임져라"

충남 천안시 소사리에서도 지난달 31일 밤 인근 태양광발전소 옹벽의 토사가 근처 축사로 무너져 내렸다. 지난 2018년 1월 허가를 받아 지난해 준공된 1802㎾ 규모 태양광발전소의 태양광 패널 일부가 파손되면서 축사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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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호우로 무너져 내린 경북 봉화군 물야면 야산의 태양광 시설에 10일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한 비닐 덮개가 덮여 있다. 이곳의 태양광 패널이 무너지며 토사가 산 아래 농가까지 쓸고 내려가 외양간 지붕을 뭉개고 호박밭을 덮쳐 재산 피해를 냈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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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태양광 발전시설이 무너져 내린 충북 제천시 대랑동 한 마을의 논밭은 폐기물 쓰레기장이나 마찬가지였다. 태양광 발전소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로 뒤덮인 논밭에는 태양광 모듈과 설비가 나뒹굴고 있었다. 유실되지 않고 남아있는 태양광 발전시설도 지지대가 바닥까지 드러나 추가 붕괴 위험이 커 보였다. 이곳에는 지난 2017년 800㎾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섰다. 발전시설이 들어설 당시부터 산사태 위험 등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태양광 발전소에서 20m 거리의 집에 사는 김석주(65)씨는 "많은 비가 내리면 약해진 지반은 더 약해져 결국 무너져 내리게 돼 있다"며 "안전은 뒤로하고 무분별하게 허가를 내준 정부가 이 모든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태양광이 산사태 원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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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우리나라 산지에 들어선 태양광 발전소 1만2721곳 중 약 70%는 현 정부 들어 지어졌다. 산의 나무를 베어내고 토양을 깎아내서 인공시설물을 지으면 대대적인 토양 보강 공사를 하지 않는 이상 산사태 위험이 늘어나는 건 상식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산지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전국 임야에서 총 232만7495그루의 나무가 베어졌다.

산지 태양광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이후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16년 한 해 529ha였던 산지 태양광 설치 면적은 2017년 1435ha, 2018년 2443ha로 급증했다.

전국 곳곳에서 산지 태양광으로 인한 산사태 피해가 보고되고 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지 태양광이 산사태의 원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산업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올해 산사태 발생 1174건 대비 산지 태양광 발전시설의 피해 건수(12건) 비율은 1%"라고 했다. 산지 태양광이 산사태를 일으킨 게 아니라, 산사태로 태양광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도 2년 전엔 산지 태양광이 산사태의 원인이라고 자인하고 대책을 내놨었다. 산림청은 2018년 4월 발표한 보도자료('태양광 발전소 산사태·투기 우려 심각… 산림청, 대책 마련 나선다')에서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위해 부지에 자라고 있던 수십 년 된 나무를 벌채하면서 산사태, 토사 유출 등의 피해도 우려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같은 해 11월 산림자원법 시행령을 개정해 산지 태양광 발전시설의 평균 경사도 허가 기준을 기존 25도에서 15도 이하로 강화했다.

[최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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