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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靑비서실 사퇴 의문 풀어주는 말···文 “경제, 정치·경제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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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경제학적 접근이 아니라 정치ㆍ경제학적 접근이 필요한 때다.”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언급한 발언이라고 한다. 정책실에서 준비한 부동산 대책 등에 대한 보고 직후에 나온 말이다.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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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는 10일 중앙일보에 “대통령의 언급을 두고 참모들은 경제적으로는 맞더라도 국민의 감정이나 수용성, 정책의 실현 가능성 등 정무적 기능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강조한 말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당시 정책실에서 보고한 내용은 주로 세금 부담과 관련됐던 것이었다고 한다.

정부는 당초 주식 거래에서 2000만원 이상을 번 개인투자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신설하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정치ㆍ경제학적 접근’ 발언 이후 기본공제액이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의 정치적 접근 요청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무와 정치를 강조한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현 부동산 상황에 대한 심각한 상황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 인식의 배경은 지난주 발표된 8ㆍ4 대책이 사실상 정부의 마지막 카드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 정부 들어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23차례다. 이를 범주화하면 대출 규제, 세금 문제, 임대 제도 개편, 공급 대책 등 4가지로 요약된다. 태릉 골프장을 포함한 신규부지 발굴을 통한 주택 공급이 포함된 8ㆍ4 대책 이후 “낼 수 있는 정책은 모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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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부동산세제, 택지공급, 임대제도 분야' 등 최근 논란이 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2020.8.1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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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문 대통령은 10일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주택ㆍ주거 정책의 종합판”이라는 말을 썼다. 사실상 이제 모든 카드를 썼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정부가 책임지고 주거의 정의를 실현해 나가겠다”며 “실수요자는 확실히 보호하고 투기는 반드시 근절시키겠다는 것이 확고부동한 원칙”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분야에 초점을 둔 부동산 정책을 펴왔다. 대통령의 공약집에 제시된 부동산 정책 여섯가지 중 네개는 저소득층에 대한 공공주택 공급 관련이다. 나머지도 전ㆍ월세 대책과 노후주택 지원으로 신규공급과는 거리가 있다. 부동산을 복지의 논리로 접근했다는 뜻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주택을 주거복지의 대상으로 변화시켜 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대책이 나올 때마다 오히려 집값은 계속 치솟았고, 매번 세금폭탄이라는 반발만 확대됐다.

문 대통령은 그런데도 “보유세 부담을 높였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도 낮은 편”이라며 “주택을 시장에만 맡겨두지 않고 세제를 강화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전세계의 일반적 현상”이라고 전제했다. 정책 방향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반영된 말이다.

문 대통령은 반면 “제도가 적지 않게 변화되면서 국민들께서 불안이 크신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변화된 정책을 상세히 알려 국민들께 이해를 구하고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저가 1주택 보유자들에 대해 추가적으로 세금을 경감하는 대책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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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대책확대TF회의결과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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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는 지난 7일 노영민 비서실장 산하 대통령 비서실 수석 5명의 일괄 사표 제출도 문 대통령의 당부와 관련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대 현안이 부동산 문제인데 일괄사표를 제출한 곳은 정책을 관장하는 정책실이 아닌 비서실이었다는 점이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자신의 철학이 반영된 부동산 정책 자체가 아닌 이를 국민에 알리고 설득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식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정무수석으로 야당과의 관계가 강점으로 꼽히는 박수현 전 대변인 대신 전략을 담당했던 최재성 전 의원을 발탁한 배경도 유심히 봐야한다”며 “대통령이 현재는 야당보다는 국민을 보고 가야할 시점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책실에 정치인 등 정무 능력이 있는 인사를 배치하는 등의 정책실 개편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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