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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폭발, 고질적 부패 결과"…레바논 내각 총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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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 AP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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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레바논 내각이 총사퇴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자신을 포함한 내각의 총사퇴를 밝혔다.

올 1월 총리직에 오른 그는 국민들이 원하는 개혁을 하려 했으나 정적들의 방해에 가로막혔다고 말했다. 디아브 총리는 “베이루트 폭발은 고질적인 부패의 결과다. 부패의 구조가 국가 자체보다 크고, 국가는 이 부패의 구조에 종속돼 있다”며 “우리는 한 발짝 물러서서, 변화를 위한 싸움에 국민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디아브 총리의 사퇴 발표에도 시위는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집회에 참여한 아흐메드 알 모하메드(27)는 “내각 사퇴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우리는 대통령과 국회의장을 끌어내려야 한다. 이건 시간의 문제일 뿐이고, 우리는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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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베이루트 시내에서 벌어진 대규모 집회 모습. AP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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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집회에 참여한 크리스텔 엘 쿠리(24)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잃을 게 없다”면서 “졸업한 지 얼마 안 됐다. 건축가인데 일이 없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나라를 바꾸든, 우리가 여길 떠나든 둘 중 하나다”라고 했다.

디아브 총리의 연설이 발표되기 전까지 베이루트 시내에서는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의 사퇴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계속됐다. 국회 진입을 시도하는 시위대와 경찰들이 국회 인근에서 돌과 최루가스를 서로에게 던지며 대치하기도 했다.

현 내각은 차기 정부 구성 전까지 임시로 업무를 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총사퇴로 참사 피해를 수습하고 국내외 원조를 조율하는 등 업무에는 한동안 제동이 걸리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레바논에서는 과도한 세금과 경제 침체, 정치 부패 등을 규탄하며 ‘10월 혁명’이 일어났다. 사드 하리리 총리가 사퇴한 뒤 교육부 장관이었던 디아브가 이슬람 시아파 정당 헤즈볼라의 지원 아래 새로 총리직에 올랐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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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회 참여자가 레바논 국기를 휘두르고 있다. AFP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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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교수 출신인 디아브 총리가 ‘경험이 없고 야망이 큰 외부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면서, 그가 총리로 재직하는 동안 별다른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헤즈볼라 등 레바논 주요 정치세력들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레바논은 1975~1990년 내전 이후 치솟은 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 통화 가치 폭락 등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었다. 지난 3월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IMF와 구제금융 지원 협상에 들어갔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편 4일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대규모 폭발 사고로 여태까지 최소 150명이 숨지고 6000여명이 다쳤다. 집을 잃고 떠도는 주민들도 수십 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산 피해는 수십조 원에 이른다.

레바논 당국은 항만 창고에 6년간 방치된 2750톤의 질산암모늄이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차례 폭발 가능성이 보고됐음에도 법원 측이 이를 무시한 정황이 드러나 시민들의 분노는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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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AFP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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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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