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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보험금 원금만 95억… ‘캄보디아 만삭 아내 살인혐의 무죄’ 남편이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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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발생한 ‘만삭의 캄보디아 출신 아내 사망사건’ 파기환송심 / 재판부 “살해 동기 명확치 않아… 95억 중 54억은 일시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 등 고려” / 남편 이모씨, 치사죄 적용돼 금고 2년 선고받고 법정 구속 / 보험사들 “민사법원의 판단 받아볼 것”… 민사재판서 유죄 취지의 판결 나올 가능성 배제 못해

세계일보

본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보험금 원금만 무려 95억원에 달하는 이른바 ‘캄보디아 만삭 아내 사망 사건’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가 피고 이모(50)씨에게 살인죄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보험금 지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대전고법 형사6부(부장 허용석)는 10일 이씨에게 적용된 혐의 2가지 중 살인죄 대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죄를 물어 금고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로써 이씨가 임신 7개월이었던 아내를 살해했다는 것을 전제로 적용됐던 보험금 청구 사기 혐의는 무죄가 됐다.

이씨, 견인차 기사에 아내 동승 사실 밝히지 않아

캄보디아 유족 요청에도 화장 강행?

숨진 아내 이씨의 몸에서 수면유도제 성분 검출

사고 당시 아내, 안전벨트 푼 채 조수석에서 잠자고 있었다

캄보디아 출신인 이씨의 아내 이모(당시 24세)씨는 지난 2014년 오전 3시41분쯤 이씨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숨졌다. 그는 임신 7개월이었다.

그런데 남편 이씨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자신 등을 수익자로 하는 보험을 25건이나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사가 지급해야 하는 총 보험금은 원금만 95억원에 달하며, 지연이자까지 합치면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사고 당일 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 부근에서 아내를 태운 승합차를 운전하다가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 2심, 상고심, 그리고 파기환송심에 이르는 긴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이씨가 아내를 살해하려고 일부러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며 여러 정황 증거를 제시했다.

특히 ▲이씨가 사고 전 3개월간 경제사정이 악화한 상태에서도 수십억원을 지급하는 보험에 추가로 가입했고 ▲사고 직전 주행 형태로 보아 졸음운전을 했다는 피고의 주장이 납득되지 않고 ▲아내의 혈흔에서 수면유도제가 검출된 점 등을 강력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특히 사고 전 이씨의 아내는 안전벨트를 풀고 좌석을 젖힌 채 잠자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사고 직후 현장에 도착한 견인차 기사에게 자신의 몸이 운전석에 끼었으니 빼달라고만 요청했을 뿐, 조수석에 아내가 있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화물차 운전자가 동승자에 대해 수차례 물었을 때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씨는 또 아내가 사망한 지 몇 시간 만에 화장장을 예약했고, ‘한국에 갈 것이니 화장을 미뤄달라’는 캄보디아 유족의 요구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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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현장 검증 자료사진. 연합뉴스


파기환송심 재판부 “이씨 졸음운전 한 것으로 보여… 명백한 동기 입증되지 않아… 경제적으로도 어려움 없었다”

하지만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이씨가 아내를 살해하려고 일부러 사고를 낸 것이 아니라 단지 졸음운전을 한 것으로 봤다.

앞서 이 사건을 돌려보낸 대법원 역시 명백한 동기가 입증되지 않았고, 고의 사고를 뒷받침하는 직접적 증거도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이날 재판부는 “피해자 사망에 따른 보험금 95억원 중 54억원은 일시에 나오는 게 아닌 데다, 피고인 혼자가 아니라 다른 법정 상속인과 나눠 지급받게 돼 있다”라며 “아이를 위한 보험도 많이 가입했던 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었다고 보이는 점 등 살인 범행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피해자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서는 “그 성분이 임신부나 태아에게 위험하지 않다는 감정 결과가 존재한다”라며 “일상생활 속 다양한 제품에 쓰이는 성분인 점 등으로 미뤄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일부러 먹였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씨에 거액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들 “민사법원 판단 받아볼 것”

형사재판과 달리 민사재판에서 유·무죄 판단 뒤바뀔 수도

이씨가 계약한 보험사는 11곳으로 이중 3곳의 보험금은 10억원이 넘는다.

파기환송심 후 보험사들은 이씨에 대한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판결문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민사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씨에 대한 형사재판이 종결되거나, 상고심에서 무죄가 최종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민사재판에서 유죄에 해당하는 결론이 나 계약이 무효화 되거나 부분적으로만 지급하라는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형사재판에서 피고의 유죄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해도, 같은 사건을 다투는 민사재판에서는 사실상 유죄에 해당하는 결론이 나기도 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이씨는 지난 2016년 보험사를 상대로 먼저 ‘보험금 지급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해당 소송은 형사재판 진행으로 중단된 상태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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