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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미국 흑인 사망

흑인 여성 의원이 탄 BMW 검문당하자 인종차별 논란으로 영국이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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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서 흑인 여성 국회의원이 탑승한 BMW 승용차를 교통 경찰이 멈춰 세우고 검문을 실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흑인이 좋은 차를 타고 간다는 것 자체를 경찰이 의아하게 생각하고 검문검색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BBC와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런던 동부 해크니 지역에서 돈 버틀러(51) 노동당 하원 의원이 타고 가던 BMW 승용차를 2대의 경찰 차량이 길가로 불러 세웠다. 여성인 버틀러는 자메이카 이민 2세로서 2009~2010년 고든 브라운 총리 시절 청소년 담당 장관을 지낸 현역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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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틀러 노동당 의원/위키피디아


버틀러 의원이 탄 차량은 그의 흑인인 남성 지인이 운전하고 있었으며, 버틀러 의원은 동승석에 타고 있었다. 일요일을 맞아 식사를 하러 가는 중이었다고 한다. 검문을 실시한 경찰관은 “노스 요크셔에서 등록된 차량 아니냐”고 했다. 멀리 떨어진 노스 요크셔에 등록된 차량이 런던에서 운행중이라 확인차 불러 세웠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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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틀러 의원을 검문검색하는 경찰관/돈 버틀러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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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 차량의 등록번호를 다시 확인한 후 번호를 잘못 입력했다며 현장에서 실수를 인정했다. 검문을 실시하기 이전에 버틀러 의원이 탄 차량을 경찰 전산망으로 조회할 때 번호판의 등록번호를 잘못 입력해서 노스 요크셔에 등록된 차량으로 오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버틀러 의원은 “왜 경찰이 우리가 탄 차량을 의심하고 조회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내가 아는 건 나와 (운전을 한) 내 지인이 흑인이고 우리가 좋은 차량을 타고 있었다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는 “흑인들이 차량에 있을 때 범죄자들이고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보는 편견이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소셜 미디어 등에서 이 사건이 즉시 논란이 됐다. 버틀러 의원은 경찰 간부들과 면담을 갖고 이번 사건을 공론화하고 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흑인 사회가 경찰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파장이 커지자 보리스 존슨 총리는 “경찰은 공정성과 평등함을 가지고 시민들을 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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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을 받을 당시 돈 버틀러 의원의 모습/돈 버틀러 트위터


그러나 버틀러 의원이 과도하게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나온다. 런던광역경찰청은 성명을 내고 “경찰관들이 차량 번호를 잘못 입력한 실수를 저질렀고 그것을 바로 인정했다”며 “경찰관들은 통상적인 자기 업무를 했다”고 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일부 백인을 중심으로 버틀러 의원이 과민 반응을 보인다며 비난을 하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영국에서도 흑인들이 다른 인종에 비해 검문검색을 당하는 횟수가 많다. BBC에 따르면, 2019년 8월부터 1년 사이 런던에서 1000명당 검문검색을 실시한 횟수가 백인 23.2명, 아시아인 28.7명인 것과 대조적으로 흑인은 101명에 달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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