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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징용 문제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은 한국에 준 고통을 돌아보고 역사 앞에 겸손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일본 언론이 논평했습니다.

도쿄신문은 11일 '역사의 그림자를 잊지 않는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어느 나라의 역사에도 빛과 그림자가 교차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빛나는 것만 골라서 말하는 것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진단하고서 이런 견해를 밝혔습니다.

신문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5년 8월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에서 러일 전쟁에 관해 "식민지 지배하에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인들에게 용기를 줬다"고 언급한 것을 역사의 어두운 측면을 외면한 사례로 지목했습니다.

러일 전쟁은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 지배하는 계기가 된 사건입니다.

이 전쟁이 식민지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는 것은 일방적인 해석이라고 담화 발표 당시에도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 있습니다.

도쿄신문은 "이와 같은 일면적인 역사관은 근래 한일 관계에서도 현저하다"며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근대 산업시설을 소개하기 위해 최근 도쿄도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전시 내용이 물의를 빚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한반도에서 온 노동자가 가혹한 노동을 강요받고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는 증언은 적지 않다"며 열네살에 하시마(일명 '군함도')에 동원됐다가 이후 나가사키에서 원폭 피해를 본 서정우(1928∼2001) 씨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신문은 서 씨가 '(일본 측이) 좁은 방에 자신을 포함해 7∼8명이 들어가도록 했으며 낙반(갱도 천장에서 암석이 떨어지는 것)의 위험이 있는 갱도에서 일했습니다.

병이 나서 일을 쉬려고 하면 린치를 당했다'는 증언을 남겼다고 소개하고서 "이런 다양한 기억 전체가 섬의 역사이며 가치"라고 규정했습니다.

도쿄신문은 "한일 사이에 뒤틀린 옛 징용공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협정으로 해결이 끝났다'고 하고 있다"며 "법률이나 협정을 이유로 뿌리치기 전에 당시의 고통에 공감하는 자세를 보였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어 "물론 한국에도 과도한 반응이라고 생각되는 면이 있다"면서도 "일본이 우선 역사에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고 일본의 자성을 촉구했습니다.

도쿄신문은 "발을 밟은 사람은 발을 밟힌 사람의 아픔을 모른다고 한다. 전후 75년이 지나도 역사를 둘러싸고 또 상대의 발을 밟는 것과 같은 행위를 하고 있지 않은가. 멈추어 서서 생각해보고 싶은 것이다"고 덧붙였습니다.
권태훈 기자(rhors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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