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천성 인사 후 사표를 던지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여권을 향해 저주를 퍼부었던 문찬석(59·사법연수원 24기) 전 광주지검장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대구지검을 떠나 광주지검장으로 새로 부임한 여환섭 검사장은 11일 오전 열린 취임식에서 "형사소송법 개정 등으로 수사와 공판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신속하게 검찰 구조를 공판 준비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이상 수사 과정에서 조서를 작성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이날 발언의 핵심이다.
여 지검장은 "과거 검·경이 진술조서를 효과적인 유죄의 증거 수단으로 활용해왔지만, 속칭 '조서를 꾸민다'는 표현에서 보듯 조서가 사실을 왜곡하고 인권 침해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도 공판중심주의를 내세워 조서의 증거 가치를 대폭 제한하고 있다"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수사 과정에서 조서를 작성하지 않아야 한다. 진술 증거는 공판정에서 직접 신문해 현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업무 체계 개편과 함께 검사와 수사관 업무도 새롭게 조정하고 검사와 수사관이 별도의 공간에서 근무하는 '공판 준비형' 검사실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잡하고 쟁점이 치열한 사건은 공판 검사에게만 넘기지 말고 기소 검사가 직접 공소 유지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여 검사장의 발언은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이번 검사장급 인사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 반발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조상철 신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51·사법연수원 23기)과 조재연 대구지검장(57·사법연수원 25기)도 이 같은 취지의 취임사를 했다.
조 고검장은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과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헌법가치 수호와 공정한 법집행, 인권보호와 적법절차 준수라는 기본을 늘 되새기고 그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무리 역량이 좋아도 자세나 태도가 나쁘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개개인의 능력과 인격이 올라가면 조직 전체의 역량과 품격도 함께 높아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당부의 말이면서도 최근 몇 차례 ‘항명파동’을 일으켰던 ‘윤석열 사단’에 대한 지적으로 들리기에 충분했다.
조 지검장도 "검찰개혁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개혁과 형사사법 시스템의 변화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형사사법 정의의 실현이라는 검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은 좌천성 인사조치를 당하자 검찰 내부망에 요직을 차지했거나 새로 승진한 검사장들을 향해 저주와 같은 비난을 남기고 사표를 냈다.
여환섭 신임 광주지방검찰청장이 11일 "검찰은 조서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태현 기자 taehyun1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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