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지붕 위 사투 끝 얻은 새 생명'…구조된 소 쌍둥이 출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새끼를 살리려고 지붕에서 악착같이 버텼나 봐요."

순박한 눈망울을 끔벅거리던 6살 된 암소는 탯줄을 길게 늘어뜨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이 침수되는 난리 통에 지붕 위에 올랐던 이 암소는 구출 직후인 11일 새벽 쌍둥이 송아지를 출산했습니다.

폭우로 물이 차오른 축사에서 빠져나온 어미 소는 물길에 떠내려가며 버둥거리다 가까스로 지붕 위에 발이 닿았을 터였습니다.

2마리의 새끼를 품고 있던 어미 소는 더는 떠내려가지 않으려 굳게 서서 매섭게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습니다.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질 때까지 꼬박 이틀간 먹이 한 줌, 물 한 모금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도 악착같이 버텨냈습니다.

비가 그치자 사람들이 몰려와 지붕 위에 함께 있던 다른 소를 구조하기 시작했지만 이 어미 소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람의 손을 거부하며 끝까지 지붕 위를 지키려 해 구조대는 결국 마취 총을 쏴야 했습니다.

마취 약에 취해 밤새 몽롱해 하던 어미 소는 모두가 잠든 시각, 홀로 깨어나 그제야 2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SBS

지치고 힘든 몸으로 출산하느라 마지막 남은 힘까지 짜냈을 어미 소이지만 새끼 걱정에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습니다.

잘 마른 건초가 놓인 축사 한쪽에 새끼가 웅크려 있자 무사한지 살펴보려는 듯 다가가 냄새를 맡아보거나 혀로 핥아주며 모성애를 드러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본 축사 주인 백남례(61) 씨는 안쓰러운 마음에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백 씨는 "유독 저 소만 지붕에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해 결국 마취총으로 재운 다음 구조했다"며 "새끼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 녀석이 지붕 위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너무 안쓰럽다"며 "살아 돌아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쌍둥이까지 무사히 출산하다니 너무 대견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권태훈 기자(rhorse@sbs.co.kr)

▶ SBS 뉴스, 네이버에서 편하게 받아보세요
​▶ [마부작침] '의원님 식당'에서 몰아 쓴 1,300만 원
▶ 더 깊은 인물 이야기 '그, 사람'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