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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러시아, 코로나 백신 세계 최초 등록…푸틴 "내 딸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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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좋아…모든 과정 거쳤다" 주장

임상 3상 건너뛴 듯…안전성에 의문

구소련 인공위성 이름 따 '스푸트닉V'

러 당국, "이미 20개국이 공급 요청"

러시아에서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공식 등록됐다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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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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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원격 내각회의를 주재하면서 "오늘 아침, 러시아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등록했다"면서 "이 백신은 효능이 좋아 지속적인 면역을 형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백신은 필요한 모든 검증 절차를 거쳤다"면서 "나의 두 딸 중 한 명도 이미 이 백신을 맞았는데 몸상태가 아주 좋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백신은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국방부 중앙과학연구소와 함께 개발한 백신이다. 가말레야 센터는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투자를 받아 백신을 개발해 왔다.

러시아는 백신 이름을 구 소련 시절 세계 최초로 우주에 발사한 인공위성의 이름을 따 '스푸트닉V'로 지었다.

코로나19 백신이 러시아에서 등록 절차를 마치면서 곧 대량 생산과 일반인 접종도 시작된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백신을 의료진과 교사 등 고위험군에 우선 접종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푸틴 대통령은 백신이 필요한 절차를 거쳐 승인됐다고 강조했지만, 이 백신은 3차 임상시험을 마치지 않은 상태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백신개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안정성과 효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승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러시아 연구진은 백신 1상과 2상에 대한 결과 데이터도 과학지에 발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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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을 공식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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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은 보통 3단계의 임상 시험을 통해 안정성과 효과를 검증한다. 특히 마지막 3상은 수천~수만 명을 대상으로 상용화 가능 여부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하지만 가말라야 센터의 백신은 지난달 중순에야 모스크바 세체노프 의대와 부르덴코 군사병원에서 각각 38명씩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한 1차 임상 시험을 완료했다.

이후 연구소 측은 8월 초까지 2차 임상시험을 마치겠다고 밝혔으나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일정으로 볼 때 러시아 당국이 3상을 건너뛰고 바로 백신을 등록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1일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사전 자격 심사(pre-qualification) 절차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WHO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러시아가 만든 백신을 세계 각국에서 사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백신을 사용하기 위해선 해당 국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3상을 제대로 마치지 않은 백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 등의 검사를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중남미 및 중동, 아시아 국가들이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미 스무곳이 넘는 나라들이 10억회 분을 훨씬 초과하는 양의 공급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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