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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쇄신·개혁” 실종…‘친문 경쟁’ 함몰된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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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 당 현안 대응에 반성보다 긍정적 판단 입장 내놔

친문 색채 덜했던 후보들도 강성 지지층 의식하는 행보

장기적 개혁 청사진 제시는 없어…당 안팎서 우려 커져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레이스가 ‘친문재인(친문)계 끌어안기’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전대가 중반전에 돌입한 11일 현재까지도 쇄신과 개혁의 구호는 들리지 않고, 친문계 표심 잡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당권주자들이 대권을 고려한 레이스를 펼치는 탓에 상대적으로 당의 장기적 비전을 제시해야 할 최고위원 선거전마저 눈앞의 표심 잡기에만 급급하면서 당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고위원 후보들의 현실 인식 자체가 민심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여권 상황을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후보들이 대다수다.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 한병도 후보는 이날 청와대 인사들의 부동산 논란에 대해 “어디까지나 개개인의 문제이고, 조직 전반에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실정으로 여권 지지율이 동반하락하고 있는데도 이를 개별 문제로 치부할 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우려로 보는 시각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김종민 후보는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들이 엄격하게 민주당을 보고 있는 걸 부인할 수 없지만, 민심이 떠나갔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썼다. 지지율 하락세에 놓여 있지만 당의 ‘방향’이 잘못되진 않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일부 후보들은 당의 현안 대응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진단한다. 염태영 후보는 민주당의 ‘원내 독주’ 논란과 관련해 “협치는 국민들과 하는 것”이라며 “20대 국회에서 실상을 봤던 야당과 협치를 해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소병훈 후보는 출마선언 당시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한 당의 대응이 ‘늑장’이 아니었다고도 했다. “당의 발언은 정리된 입장에서 좀 뒤에 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고 여론과 괴리된 주장을 내놨다.

친문 색채가 옅은 편인 노웅래·이원욱 후보의 경우 당초 당 쇄신을 강조했지만, 이들도 발언 기류가 달라졌다. 노 후보는 민주당이 부동산 관련 법안을 단독처리한 직후인 지난달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176석은 힘으로 밀어붙이라는 뜻이 아니다. 소수의 물리적인 폭력도 문제지만 다수의 다수결 폭력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성 지지자들이 반발하자 지난 1일에는 “통합당 모습을 보니 단독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음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이원욱 후보는 최근 ‘친문계’ 신동근 후보와 한목소리로 문 대통령을 공격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비판했다.

최고위원들이 친문계를 의식한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친문계 표심이 선거 승리의 최대 변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전대 결과를 예측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후순위 주자들은 막판 역전을 위해 친문 구애를 한층 강화했다.

하지만 전대 레이스에서 당대표 후보들의 쇄신 의지를 강화해야 할 최고위원 후보들이 친문 표심만 바라보는 데 대해 당내에선 비판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잠룡급 당권주자들의 ‘중도하차’ 가능성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 최고위원 후보들마저 개혁 청사진을 구상하지 않는 모습은 문제라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일부 후보는 ‘살아온 역사가 친문’이란 발언을 내놔 놀랐다”며 “차별화된 당·청 관계나 집권 비전 등 전략은 보이지 않는 데다 다양한 목소리마저 사라진 모습을 보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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