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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차이나인사이트] 홍콩 언론 “미, 남중국해 인공섬 공격 가능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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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의 해양제국 용납 못 해”

군사 압박 등 하드파워로 대응 전환

중국, 무기 배치로 군사기지 완성

해양 패권 놓고 일전 분위기 고조



전운 자욱한 남중국해, 미·중 군사 충돌 가능성은?



중앙일보

박창희 국방대학교 교수


남중국해에 전운(戰雲)이 자욱하다. 무역 전쟁과 대만 문제, 코로나19 사태, 그리고 홍콩 보안법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던 미국과 중국은 지난 7월 초 남중국해에서 동시에 군사훈련을 하며 대치했다. 중국 해군이 6월 19일부터 7월 5일까지 고강도 훈련에 나서자, 미 7함대도 7월 3일 니미츠 항모와 로널드 레이건 항모, 그리고 B-52 전략폭격기를 투입해 맞불을 놓았다. 미 항모 두 척이 훈련한 것은 이례적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7월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세계는 베이징이 남중국해를 자신의 해양제국으로 취급하도록 허락하지 않겠다”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홍콩 언론은 미·중 충돌 가능성을 경고한다. ‘명보’는 최근 미·중 양국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수 있는 유일한 전장으로 대만이 아닌 남중국해를 꼽았다. 지난주 시사지 ‘아주주간’은 미·중의 남중국해 충돌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미국이 스카버러 모래톱(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을 기습 공격할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활주로가 건설된 미스치프(메이지자오·美濟礁), 수비(주비자오·渚碧礁), 피어리크로스(융수자오·永暑礁) 산호초를 타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감지되는 미·중 양국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가감 없이 전했다.

중국, 일방적으로 남중국해 통제

중앙일보

지난 7월 21일 필리핀 인근 해역에서 미국·호주·일본 삼각 함대와 전투기 편대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수호를 내걸고 훈련하고 있다. 왼쪽부터 호주 호바트함, 아룬타함, 미 해군 머스틴함, 호주 캔버라함, 미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 호주 시리우스함, 미 해군 앤티텀함, 일본 해상자위대 테루즈키함, 호주 스튜어트함. [미 해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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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대립하는 이유는 지정학적·지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중국에 남중국해는 본토 방어뿐 아니라 대만 독립을 견제하고, 나아가 대외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긴요한 전략적 거점이다. 중국이 이 해역을 통제한다면 필리핀과 대만 사이의 바시 해협을 넘어 서태평양에 진출해 일본과 괌 등 미군 기지를 위협하고,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따라 건설되는 해상 실크로드를 따라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다. 남중국해 해역에 미군의 접근을 저지하고 군사활동을 거부함으로써 해양을 기반으로 하는 미국의 세계 전략을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남중국해를 통제하고자 2013년 말부터 자국이 점령한 7개 암초 및 바위섬을 매립해 인공섬을 조성했다. 2016년부터 무기와 장비를 배치해 인공섬을 군사거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면적이 큰 미스치프, 수비, 피어리크로스 각 섬에는 약 3㎞의 활주로와 20여개의 격납고를 건설하고, 레이더·통신시설·대공 및 대함 미사일·지휘소·탄약저장고 등을 설치했다. 면적이 작은 존슨(츠과자오·赤瓜礁), 가벤(난쉰자오·南薰礁), 콰테론(화양자오·華陽礁), 휴스(둥먼자오·東門礁) 산호초에는 레이더·통신시설·대공포·등대 등을 설치했다. 2018년부터는 이 섬들에 해양경찰을 배치해 난사(南沙)군도 해역을 정기 순시한다.

2016년 7월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 상설중재재판소는 중국의 9단선 영유권 주장에 대해 역사적·법적 근거가 성립되지 않으며, 따라서 중국의 인공섬 건설은 유엔해양법 위반으로 즉각 철거를 판결했다. 중국은 반발했다. 남중국해에 대한 주권을 포기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오히려 이 판정이 나온 뒤 인공섬에 무기 배치를 가속했다. 베트남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석유채굴을 방해하고 티투섬(중예다오·中業島) 인근 해역에서 필리핀 어선의 접근을 차단하는 등 고압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및 군사력 배치에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기정사실로 하고 해역을 통제할 경우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의 강압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약화할 것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호주·인도와 연대하는 ‘인도·태평양전략(Indo-Pacific Strategy)’도 좌초한다. 무엇보다 국제법을 무시한 중국의 행동을 용인할 경우 미국 주도의 기존 국제질서는 위기에 처한다.

미국, ‘항행의 자유작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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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공섬 군사기지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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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중국의 인공섬 건설에 대응해 2015년 5월부터 ‘항행의 자유작전(FONOP)’에 나섰다. 유엔해양법에 명시된 항행의 자유 조항을 근거로 미 정찰기·폭격기·함정을 투입해 인공섬 인근 해역을 항행함으로써 인공섬의 영해 및 EEZ에 대한 권리는 물론,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도 중국이 중재재판소 판결에 불복하고 인공섬을 계속 군사화하자 미국은 FONOP의 횟수를 늘리고 해·공군 훈련을 정례화하며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를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중국과 군사적 충돌을 각오하지 않는 한 FONOP와 군사훈련만으로 인공섬 건설을 물리적으로 저지하거나 무기배치를 막을 수는 없어서다. 설상가상으로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이 제공하는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 중국의 불법 행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필리핀은 미국의 동맹국임에도 오히려 친중정책을 취하며 중국 견제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이에 중국은 남중국해에 ‘불침항모’ 격인 건재한 해상군사기지를 완성해 가고 있다.

해양 패권 다투는 미·중 충돌 불가피

향후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에 군사 개입의 수위를 높일 것이다. 지금까지 무역전쟁이나 대만카드 등 소프트한 처방으로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중국에 시간만 벌어줬다. 앞으로 미국은 하드파워를 중심으로 대응할 것이다. 베트남 및 필리핀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이들 국가의 항구와 기지에 군사력을 배치해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활동을 압박할 것이다. 만일 중국이 미국의 압력에 부담을 느껴 영유권 주장을 보류하고 인공섬의 비무장화를 약속한다면 미·중의 전략경쟁은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 반대로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에 군용기를 배치하고 방공식별구역과 EEZ를 선포한다면 미국은 진일보한 조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남중국해에서 미·중 전략경쟁은 남중국해의 해양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대결이다. 국제법을 무시하고 남중국해 영유권을 확보하려는 중국과 국제법 테두리 내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의 대립이다. 나아가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구축하려는 중국과 기존 질서에 중국을 순응케 하려는 미국의 갈등이다.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경쟁은 해양 패권, 나아가 인도·태평양 패권을 다투는 것이다. 어느 한쪽도 양보하거나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결국 미·중 간의 군사적 충돌은 우발적이든 의도적이든 불가피해 보인다.

■ 남중국해 사정권에 들어선 한국

미·중 사이에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이 휘말릴 위험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닉슨도서관 연설에서 중국 공산당을 바꾸기 위해 인도·태평양지역 민주국가들의 노력과 정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의 반중(反中)연대를 결성하려는 의지를 밝혔다. 남중국해에 전운이 짙어질 경우 미국은 지난 2015년 6월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차관보가 말했던 것처럼 동맹국인 한국이 남중국해 문제에서 미국 편에 서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할 것이다. 또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주요 7개국(G7) 확대에 한국이 참여해 중국을 압박하는 대열에 동참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한 미군의 역할이나 전략적 유연성 문제, 그리고 미군의 남중국해 작전을 한국군이 지원하는 문제가 첨예한 이슈로 부상할 수 있다. 일본과 호주가 적극적으로 미군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이 어떠한 입장을 취하느냐의 문제는 향후 한·미 동맹의 미래와 한·중 관계 발전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최악의 경우 한·미 동맹이 위기에 처하거나, 혹은 중국과의 관계가 적대적으로 바뀔 수 있다. 이에 대비해 한국은 외교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모든 경우의 수에 따른 대응 방안 수립이 절실하다.

■ ◆박창희

미 해군대학원(NPS)에서 석사,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합참·연합사·육군본부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 국방정책학회 회장. 저서로 『중국의 전략문화』(2015), 『한국의 군사사상(2020)』 등이 있다.

박창희 국방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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