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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하벙커로 피했나” 질문에… 트럼프 “세상은 항상 위험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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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인근 총격사건에 긴급피신… 생방송 기자회견 이례적으로 중단

설명없이 자리떴다 10분만에 복귀… 50대 남성, 경호원 총에 중상

무기 소지했는지는 확인 안돼… 현장요원들 과잉대응 가능성 제기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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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으로 10일 기자회견을 시작한 지 약 3분 만에 긴급 피신했다 되돌아왔다. 과거 백악관 인근의 사건 사고로 백악관 건물이 폐쇄된 적은 있지만 미 전역으로 생중계되는 기자회견 도중 대통령이 자리를 뜬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일부 언론은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는데도 경호 요원이 과잉 대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6월 말 백악관 인근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 당시 백악관 내 지하 벙커로 피신해 논란을 빚었던 터라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한 비판도 고조되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50분경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편투표 문제를 언급하던 중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대통령을 피신시켰다. 동석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고위 인사들도 아무 설명 없이 자리를 떴다. 약 10분 후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울타리 근처에서 총격이 있었고 비밀경호국 요원이 무장한 남성을 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취재진이 “또 지하 벙커로 피신했느냐” “겁을 먹었느냐”고 묻자 “세상은 항상 위험한 곳”이라고 답했다.

총격은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와 17번가가 만나는 곳에서 발생했다. 백악관에서 직선거리로 약 200m 떨어져 일반인이 백악관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다. 51세로 알려진 남성은 경호 요원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고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남성의 정신병력, 범행 동기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남성의 무기 소지 여부 논쟁도 거세다. 비밀경호국은 웹사이트에서 “이 남성이 ‘무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성이 요원을 향해 공격적으로 달려들었고 마치 총을 쏠 것처럼 옷에서 어떤 물체를 꺼내는 동작을 하며 몸을 구부렸다”고 설명했다. 정황상 총으로 진압할 만한 상황이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무장을 했는지, 했다면 어떤 무기를 소지했는지 등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현장에서 무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남성이 무기를 지니지 않았는데도 요원의 총에 맞았다면 과잉 대응 논란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첫해인 2017년 한 남성이 야간에 백악관 내에서 17분간 돌아다니다 체포됐을 때 ‘아픈 사람’이라며 의연하게 대처했다. 하지만 인종차별 반대 시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일 지지율이 하락하자 대통령 본인과 경호 인력 모두 과도한 긴장과 우려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9·11테러나 전쟁 같은 안보 위기가 아닌데도 대통령이 기자회견 중 아무런 설명 없이 돌연 자리를 뜬 것이 과하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공화당의 대선후보 수락 연설 장소로 남북전쟁의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 혹은 백악관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역풍을 맞고 있다. 두 곳 모두 연방정부 예산이 쓰여 특정 정당의 정치활동 장소로 부적절하다는 의미다. 특히 게티즈버그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명연설을 남긴 곳이어서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링컨 후광 효과’에 집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미 3대 도시 시카고의 최대 번화가 ‘매그니피슨트 마일’ 일대에서는 심야에 폭도들이 상점 유리창을 깨고 약탈 행위를 벌였다. 일부 용의자는 총을 쏘며 저항했고 경찰이 대응 사격을 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죽였다’는 잘못된 소문이 퍼져 민심이 더 흉흉해졌다. 역시 미국의 정정 불안 및 지도력 부재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신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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