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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단독] 월급의 8% 넘게 올리게 '44년간의 건보료 상한' 무너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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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에만 건보 적자 1조 육박

정부가 매달 내는 건강보험료를 월급 또는 소득의 8%까지로 제한한 건강보험료율 상한을 내년부터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8% 상한은 무분별한 보험료 인상을 막기 위해 1977년 마련한 장치인데 44년 만에 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또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은 2022년까지"라는 일몰 조항도 없애기로 했다. 건강보험이 MRI(자기공명영상장치) 촬영비와 대형 병원 2~3인실 입원비의 지원 확대 등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2018년부터 3년 동안 적자를 내게 되자 결국 보험료를 올리고 돈이 모자라면 국민 세금을 계속 쏟아붓는 장치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2017년 말 20조8000억원이던 건강보험 적립금은 지난해 말 17조7000억원으로 3조원 이상 줄었고, 2024년이면 적립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1일 "내년 안으로 건강보험법을 개정해 건보료율 상한과 국고 지원 일몰을 각각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보장성 강화와 고령화로 적자 규모가 늘어났고 코로나 치료·검사비와 상병수당(업무 외 질병으로 쉬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수당) 도입 등으로 지출 요인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건강보험료율 8% 상한과 국고지원제도의 일몰을 폐지하는 방안을 놓고 연구 용역을 맡기는 등 관련 방침을 검토해왔는데, 최근 이 같은 입장을 추진하기로 내부적으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에 따른 치료·검사비 부담 등을 이유로 이 같은 방안을 슬그머니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현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실시하면서 매년 3.2%씩 보험료율을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이런 추세라면 2026년이면 보험료율이 8%를 넘어서게 된다. 올해 건강보험료율은 6.67%로 직장 가입자는 근로자와 회사가 절반씩 부담하고 자영업자는 본인이 모두 낸다.

복지부는 또 2022년을 시한으로 한 국고 지원 조항도 없애기로 했다. 2002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약분업 실시에 따른 고가 약 처방 증가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나자, 2022년을 시한으로 해서 건강보험 재정에 국고를 지원하기로 했었다.

건강보험은 2011년부터 7년간 20조원 가까운 흑자를 기록했다가 2018년 1778억원, 지난해 2조8243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만 9435억원의 적자가 나왔다. 올해 1분기 적자는 작년 1분기 적자(3946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건강보험공단은 "경제 상황이 어려워 보험료 징수율이 줄었고, 코로나로 의료기관에 돈을 예년보다 미리 지급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2분기 적자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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