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소년 죽였다' 가짜뉴스에… 시위대, 경찰에 항의한다며 모여 구찌·버버리 등 4시간동안 약탈
9일(현지 시각) 오후 2시 30분, 시카고 경찰은 남부 잉글우드 지역에 총을 든 남성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추격전 끝에 남성이 먼저 총을 쐈고, 경찰도 응사(應射)했다. 20세로 밝혀진 이 남성은 다섯 군데에 총상을 입었지만 모두 급소를 피해 생명을 건진 것으로 전해졌다.
10일(현지 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식료품점에서 점주 가족들이 약탈 피해를 입은 가게 안을 둘러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현지 경찰은 이날 약탈 등의 혐의로 100여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하지만 흑인이 다수인 지역에서 흑인 남성이 쓰러지자, 경찰의 부당한 폭력을 의심한 주민들이 몰려들어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후 "경찰이 무장하지 않은 15세 소년을 죽였다"는 헛소문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져 나갔다. 수백 명의 시위대가 시카고 도심에 집결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약탈은 자정 무렵 시작됐다. 명품 상점이 모여 있어 '매그니피슨트 마일(환상의 1마일)'이라고 불리는 쇼핑 중심지가 주요 타깃이었다. 약탈자들은 니먼마커스·메이시스 백화점, 구찌·버버리 같은 명품 숍, 테슬라 전시장, 가전제품 매장과 편의점 창문을 깨고 물건을 훔쳐갔다. 트럭을 몰고 와서 상품을 싹쓸이해 가는 일당도 목격됐다.
400명의 경찰이 이를 진압하는 데 4시간 이상이 걸렸다. 100여 명이 체포됐고 경찰 13명도 부상을 입었다. 시카고 경찰은 약탈을 부추긴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공개했다. "오늘 밤 12시 약탈을 시작한다. 도구, 스키 마스크, 장갑을 가져올 것"이란 내용의 글엔 "#렛츠고"란 해시태그가 붙어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올 들어 시카고의 총격 사건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50%가 늘었고, 살인 사건은 약 55% 증가했다. 미국 50대 도시의 평균 살인 사건 건수도 작년 동기 대비 24% 늘었다. 이런 치안 불안 때문에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만들어낸 "경찰 예산을 삭감하라(Defund the Police)"란 구호도 힘이 빠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뉴욕시의회의 민주당 소속 흑인 의원들도 범죄율이 높은 편인 브롱크스, 브루클린, 퀸스 등지에선 급격한 경찰 예산 삭감을 원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말 아프리카계 미국 시장 연맹도 경찰 예산 삭감이 아닌 경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애틀 시의회는 이날 경찰 예산 삭감 계획을 승인했지만, 전날 시의회 앞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경찰을 지지한다(Back the Blue)"는 시위가 열렸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