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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미국, 중국견제 필요성 커지자 전작권 전환 ‘비협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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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임기내 전환 수포로

노무현정부때 미국과 합의했지만

이명박·박근혜정부서 모두 번복

정권교체땐 또 ‘헛수고’ 가능성

미래연합사 능력 3단계 검증도

내년에서 2022년 이후로 연쇄연기

연합연습도 ‘검증’보다 ‘북 대비’ 주장


한겨레

한미 군 당국이 오는 16일부터 28일까지 예년보다 축소된 규모로 후반기 연합훈련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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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임기 내 전환 추진은 애초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취임 직후 정부의 공식 입장은 임기 내 전환에서 ‘조기 전환’으로 조정됐다. 계기는 2017년 6월 열린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이 조속히 가능하도록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하기”로 한 합의였다.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임기 내 전환’ 입장의 관철이 벽에 부닥치자 한발 물러난 것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끝내 전작권 전환에 실패한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임기 내 전환을 적극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미국과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지만, 전환 시기를 임기 이후인 2012년 4월로 정하는 바람에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모두 번복되고 말았다. 정부 관계자는 “임기 내 마무리하지 않으면 정권교체 뒤 다 헛수고가 될 수 있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간에는 △한국군의 연합작전 능력 △초기 북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한반도 주변 정세 등 3대 조건이 충족되면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돼 있다. 이 때문에 전작권 전환 뒤 한국군 장성이 지휘할 미래연합사의 기초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에 대한 3단계 검증 평가가 마무리된다고 곧바로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미래연합사의 능력에 대한 3단계 검증 평가와 별개로 이들 세가지 전작권 전환 조건의 충족 여부가 한-미 간 논의돼야 한다.

그러나 미래연합사에 대한 3단계 검증 평가가 마무리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력 건설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이들 세가지 전작권 전환 조건도 함께 충족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올해 뜻하지 않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미래연합사의 3단계 검증 평가가 늦춰짐에 따라, 전작권 전환 일정이 문 대통령 임기인 2022년 5월을 넘길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어려워진 또 다른 배경엔 미군의 비협조가 있다. 미국은 이번 연합연습과 관련해 ‘북한의 위협에 대한 연합대비태세 훈련 위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작권 전환을 위한 미래연합사의 완전운용능력 검증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한국에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7일 한-미 간 이견 조율을 위해 직접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을 만나 협의에 나서기도 했다.

애초 노무현 정부 때 전작권 전환이 급물살을 탄 것은 한-미 간 이해관계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남북 간 현격한 경제력 격차와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군에 위임된 전작권을 되찾아와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강했다. 마침 당시 조지 부시 행정부도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국외 주둔 미군의 유연화·기동화·경량화를 추진하면서, 주한미군의 한반도 방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작권 전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남북관계가 급격히 험악해지며 태도 변화를 보였다. 특히 그해 12월 임명된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자위권 발동”, “원점 타격” 등을 거론하며 강경 대응을 주도하자, 미국 내에선 ‘전작권마저 한국군에 넘기면 자칫 원치 않는 남북 간 무력충돌에 끌려들어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군은 한국군의 활동에 대해 개입을 확대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한·미가 2012년 합의한 ‘국지도발 공동대비계획’은 이런 분위기에서 나왔다. 그동안 국지도발은 한국군이 주도하고 전면전은 미군이 연합사를 통해 주도하는 구조였지만, 공동대비계획으로 인해 국지도발 대응에도 미군이 개입할 여지를 남겨놓았다.

최근에는 중국의 급부상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대중 전초기지로서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대중 견제 차원에서 전작권 전환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때 전작권 전환 연기의 실무에 참여했던 한 당국자는 “당시엔 우리 정부 요청에 따라 연기됐지만, 미국 분위기로 보면 우리가 요청하지 않았더라도 미국은 어떻게 하든 전작권 전환을 연기할 빌미를 만들었을 것”이라며 “이런 사정이 지금이라고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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