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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코로나19 'K-진단키트' 실적 옥석 가리기 3분기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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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장벽 낮아 79개사 131개 제품 경쟁 가열
"공급과잉 수출단가 8월말부터 20% 하락 예상"
수젠텍 실적 개선에도 기대에 못미쳐 주가 하락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주목을 받았던 ‘K-진단키트’ 관련주들이 올해 3분기부터 ‘옥석 가리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규 확진자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고 진입장벽이 낮은 코로나19 진단키트의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는데다 진단키트 수출 규모도 전달 대비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와 제품은 79개사 131개 제품에 이른다.

진단키트 수출 계약 소식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곳이 많았지만, 후발주자일수록 거래처 확보 등에서 상황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평균판매가격(ASP)의 월별 추이, 수출국 중 개발도상국 포트폴리오 비율, 원자재 수급에 따른 수율에 따라 실적 격차가 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실적 기대가 주가에 선반영돼 급등한 기업들은 조정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비즈

지난달 20일 오전 광주 서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진단검사를 준비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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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제약⋅바이오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세계로 수출 중인 국내 진단키트 수출단가는 개당 5~10달러 선에서 형성돼 있지만, 진단키트 제작의 진입 장벽이 낮아 2분기부터 진단키트 생산물량이 늘어나면서 8월 말부터는 약 20% 정도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정확도가 낮은 중국산 신속진단 키트 단가 4~5달러 대비 높은 수준의 가격대지만, 경쟁사가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윤주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낮은 매출원가율(20~30% 미만 추정)로 올해 2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되는 업체가 있겠지만, 생산 물량을 늘리고,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3분기부터 수출 가격 하락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윤 연구원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 단가 하락폭을 20% 수준으로 봤다.

그는 그러나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지난 3월 수준인 5달러 선 밑으로는 빠지지 않을 것"이라며 "2차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예상한 정부나 병원의 재고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진단키트 제조사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지난 3~4월과 같은 폭발력은 떨어질 수 있겠지만 이제부터는 탄탄한 고객사와 장비들을 많이 보유한 업체 순으로 유리한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유럽시장의 확진자수가 둔화하고 있으나 남미지역 등 개발도상국의 상승세로 상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6월에만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총 4200만 달러(약 520억원) 규모로 수출하게 된 녹십자엠에스(142280)의 경우 수출 실적이 일부 반영되면서 2분기 실적이 개선됐다. 매출액은 28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4.8% 늘었고 영업이익은 27억원으로 1만427% 증가했다.

코로나19 항체 신속진단키트를 개발해 판매 중인 수젠텍의 경우, 올해 2분기 개별기준 매출액이 2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29.1%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20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9억원 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고 지난 10일 공시했다. 이 회사는 한국 식약처의 제조허가(수출용), 유럽 CE 인증, 미국 FDA 제품 등록 등을 마치고 현재 스페인, 인도네시아, 브라질, 러시아 등에 수출 중이다.

기존 실적 대비 대폭 개선됐지만, 증권사에서 앞서 예상한 실적과 차이가 커서 주가는 하락세를 타고 있다. 지난 5월 신한금융투자는 수젠텍의 올해 2분기 매출액으로 1523억원, 영업이익으로 1188억원을 예상했었다. 수젠텍은 공시 다음날인 11일 전날 대비 23.54% 하락한 3만9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업계에선 지난 5월부터 국내산 코로나19 진단 키트 및 시약을 둘러싼 시장 환경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3~4월은 각 나라마다 진단 제품이 급박하게 필요했고, 양산 능력과 기술력을 확보한 진단 제품은 한국산이 거의 유일했다. 하지만 5월 말부터 각 나라마다 진단 제품 수급에 일부 여유가 생겼고, 진단 제품 시장 경쟁도 치열해졌다. 진단키트 수출 상승세가 더딜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 상반기 K-진단키트 수출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4000만달러 대비 13배 이상 늘어난 5억1480만달러(약 6145억원)를 기록했다. 지난 3월 4394만달러 수출을 시작으로 4월에는 전년 대비 300배 늘어난 약 1억9996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5월엔 1억3547만달러, 6월엔 1억1444만달러 등 수출액이 전월대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국가별로 K-진단키트가 가장 많이 수출된 나라는 브라질로, 전체 수출 물량 중 13.5%를 차지했다. 다음은 미국(11.3%) 이탈리아(8%) 인도(6.8%) 아랍에미리트(UAE·5.9%) 순이다.

진단키트 수출 선두주자로 꼽히는 씨젠(096530)의 경우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927% 증가한 3011억원, 영업이익은 3989% 증가한 189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증권사 예상)된다. 특히 씨젠 매출액 중에선 코로나19 시약 관련 매출액이 전분기 대비 10배 가까이 늘어난 282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역시 증권사의 추정치로 실제 실적과는 차이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전효진 기자(oliv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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