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군생활 중 "중대장 X발" 뒷담화…전역 후 법정 간 사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theL] 국군병원 복무 병사, 후임과 대화 도중 직속상관 뒷담화…군형법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

머니투데이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왜 맨날 우리한테만 X랄이야…X나 짜증나네 X발."

국군병원 정신과 접수대에서 근무하던 A상병이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새로운 중대장이 정신과 병동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을 자꾸 귀찮게 한다는 게 이유였다. 이전까지 정신과에서 복무하는 병사들은 이 병동에 마련된 생활관에서 지내고 있었다. 입원 환자를 통제하려면 병동 4층 생활관에 병사가 상주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상부에서 이 병원의 정신과 병동을 해체한다는 지시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새 중대장은 정신과에서 복무하는 병사들도 입원 환자가 없으면 본부 생활관으로 내려와 지내라고 명령했다. 군대에서 챙겨야할 짐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생활관을 옮기는 게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다. 게다가 행정보급관은 생활관을 옮기는 것도 모자라 정신과에서 복무하던 병사들을 다른 생활관으로 다 갈라놓겠다고 했다.

이미 A상병은 진급까지 누락당해 짜증이 날대로 난 상태였다. 때마침 접수대에서 같이 오전 일과를 준비하던 후임이 생활관을 옮겨야 할 것 같다면서 중대장과 행보관의 명령을 전하자 '폭발'한 것이다.

외부부대에서 진료를 받으러 온 B원사와 병사들이 접수대 앞에 있었지만 A상병은 감정을 추스리지 못했다. A상병은 "(중)대장도 우리 일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지 않냐", "진급 제대로 시켜주면 (본부중대 생활관으로) 내려간다고 해. X발 진짜"라며 욕설을 계속하다 "생각할수록 화난다"며 책상을 두 손으로 내려쳤다.

이에 A상병을 지켜보면 B원사가 "야 인마, 너 너무 심한 것 아니냐. 다른 부대 간부도 있는데 직속 간부를 욕해도 되냐"며 호통을 쳤다. A상병이 퉁명스럽게 "죄송하다"고 맞받아치자 화가 난 B원사는 국군병원 주임원사에게 전화를 걸어 A상병의 언행을 알렸다. A상병은 상관 모욕 혐의로 기소됐고, 사건이 진행되던 도중 전역해 군사법원이 아닌 지방 지원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이 사건에서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표현이 거칠긴 했지만 중대장과 행보관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을 뿐, 이들을 모욕하려던 것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1심은 "A상병이 중대장이나 행보관을 직접 지칭해 인그 인격 자체에 대한 경멸적 표현을 하지는 않았다"며 "같은 처지에 있는 후임과 대화하다 불만, 분노의 감정을 저속하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나 2심은 이를 뒤집고 유죄로 판결했다. A상병과 후임의 대화 흐름을 보면 A상병이 중대장과 행보관을 향해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하고, 그 표현도 모욕적이었기 때문에 유죄로 봐야 한다고 했다. 특히 2심은 A상병이 중대장과 행보관의 명령을 'X랄'이라고 표현한 점에 대해 "군 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 유지에 반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2심은 A상병이 중대장, 행보관과 합의했고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 금고 4개월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다. 선고 유예는 해당 형벌의 선고를 일단 미루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없던 것으로 해주는 제도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이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