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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평검사, 추미애 비판 "법무부 직제개편안, 그 끝없는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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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성 전 대법관 아들 차호동 검사

"현실 제대로 파악 못한 방안" 반박글

"수사 힘빼려 공판 강화한다더니 현실성 없어"

법무부가 형사·공판부 강화 차원에서 '1재판부 1검사제' 등 공판부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만든 직제개편안을 두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방안”이라고 현직 검사가 주장했다.

조선일보

추미애 법무부장관


차호동(41·사법연수원 38기) 대구지검 검사는 11일 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직제개편안의 가벼움(공판기능의 강화 및 확대)’이라는 글을 올리고 법무부의 직제 개편안 내용을 비판했다. 법무부는 전날 일선 검찰청의 차장검사에 해당하는 중간 간부가 맡아온 대검 내 주요 보직 4자리를 폐지하는 대신 형사부 업무시스템을 재정립하고 공판부 기능을 강화·확대하는 내용의 직제개편안을 대검에 전달해 의견조회를 요청했다. 차 검사는 차한성(66·7기)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아들이다. 그는 올해 1월 대구지검으로 부임하기 전에는 검찰의 공소유지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에서 연구관으로 근무했었다.

차 검사는 “아무런 연구나 철학적 고민 없이 공판 분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개편안을 만들기 위한 개편안”이라며 “검사 1명이 공판에서 담당해야 할 업무가 더욱 풍성하고 다양해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공판검사실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떠한 실증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것인지”라며 “형사부보다 일이 적은 건 맞으니 형사부 업무로 보충해보자는 의견은 어떠한 철학적 고민의 산물인지 알고 싶다”고 했다. 법무부가 ‘1재판부 1검사 1수사관제’ 추진 계획을 제시하면서 현재 공판검사실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않는만큼 일부 형사부 업무도 함께 담당해야 한다는 부분을 비판한 것이다.

차 검사는 “형사부 인력을 이관하면 형사부보다 일이 적은 공판검사의 일이 더 적어질 테니 단순한 사건 수사로 보완하라는 발상은 끝없이 가벼운 생각의 한 단편”이라며 “깊은 고민을 해봤다면 (이 개편안이) 도저히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이어 "1검사 1재판부는 단순히 검사 1명이 맡는 2개 재판부를 1개로 줄이는 데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며 전문 공판검사 배치의 필요성이나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 제한 등 변화된 상황에 대한 고민이 담기지 않은 개편안이라고 주장했다.

공판부 구성을 고검검사급(단독공판검사실) 또는 고경력 검사와 평검사 중 저호봉 검사로 구성된 공판·기소부로 이원화하려는 안에 대해서도 "(공판부에) 저호봉 검사가 우선 배치되는 비선호 보직으로 인식됐는지에 대한 검토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판부) 강화를 해야 한다고 하니 어려워 보이는 합의부에는 고검검사·고기수 검사를 배치하면 될 것 같다고 보고 있다"며 "여전히 공판부를 바라보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단 한 걸음도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차 검사 외에도 검찰 내부에선 “특수·공안 수사 기능을 대폭 축소해 정권 수사를 무력화하려다 보니 급하게 형사·공판 강화 카드를 꺼냈지만, 정작 그 내용은 허술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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