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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조국을 위해"…日 '인간 어뢰' 자살특공대 유서 "창작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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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비슷한 내용의 여러 유서 합쳐 창작 가능성"

뉴시스

[도쿄=AP/뉴시스]지난달 31일 일본 도쿄의 한 횡단보도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건너고 있다. 202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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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어머니 저는 3시간 후 조국을 위해 산산이 흩어집니다. 마음은 상쾌합니다. (중략) 어머니. 오늘 제가 전사했다 하더라도 부디 눈물 만은 참아주세요. 하지만 역시 안되겠죠. 어머니는 다정한 사람이니까. 어머니 저는 어떤 적이라도 무섭지 않습니다. 제가 가장 무서운 것은 어머니의 눈물입니다."

12일 산케이 신문은 일제가 일으켰던 태평양 전쟁 당시 '인간 어뢰'인 가이텐(回天) 특공대 유서로 알려진 글에 대해 창작물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유서는 1995년 세상에 알려졌다. '전직 해군사관'이라고 주장한 남성은 고갓칸(皇學館) 대학에서 열린 전몰학도위령제에서 강연하며 자신이 가이텐 탑승자였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자신보다 먼저 출격한 동료 가이텐의 유서가 있다고 했다.

당시 그는 유서를 가족에게 전달했다며 공개하지 않았으나 대학이 강연록을 출간하면서 유서가 세상에 공개됐다.

이 남성은 그러나 해군사령공보에 따르면 1944년 12월 1등 순양함 '야쿠모(八雲)' 소속으로 배정 받아 도야마(富山)현 후시키(伏木) 항만 경비대에서 소위로서 패전을 맞이했다. 방위연구소가 소장하고 있는 가이텐 탑승원 명부에는 이 남성의 이름은 없었다.

남성이 유서의 저자로 지목한 사람의 이름은 명부에 있었으나, 그가 전사한 상황 기술이 다르며 유서에 쓰여진 가족 구성과도 다른 사람이었다.

전 가이텐 탑승원으로 구성된 '전국 가이텐 모임'도 지난 2000년 강연록을 정리한 고갓칸 대학에 항의한 바 있다. 당시 생존해 있던 전 가이텐 탑승자가 많아 남성의 주장에 모순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당시 대학 측은 사과하고 강연록 절판을 약속했다.

그러나 강연록 판매는 이어졌으며 이 남성은 각지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계속 주장했다.

가이텐 연구가 야마모토 에이스케(山本英輔)는 "비슷한 내용을 가진 복수의 유서를 합쳐 창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전쟁 당사자가 (점차 사망하며) 줄어드는 가운데 자료 창작이나 개찬은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이텐은 일본 해군이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일반 어뢰에 1인승 조종석을 마련한 특공 무기다. 가미카제(神風)의 바다 버전인 셈이다. 1918년 말 청년 사관 2명이 고안했으며 1919년 7월부터 가이텐 탑승원을 모집했다. 패전까지 9개월 간 총 148명이 출격했으며 106명이 사망했다. 가이텐을 탑재한 잠수함이 격침되는 등 전체 가이텐 작전 전사자는 1299명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aci2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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