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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대한민국에 떨어진 물폭탄

“침수되고서야 ‘물 찼다’는 메시지만”…광주 납골당 침수에 유가족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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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골당에 부친 모신 A씨 “적어도 유족이 상황 인지하도록 했어야” / 추모관 측 “기대외 신뢰 미치지 못해 책임 통감” / 이용섭 광주시장 “누구보다 힘든 유족 위해 마지막까지 모든 노력하겠다”

세계일보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캡처


최근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겪은 광주의 한 납골당에 아버지를 모셨다며 ‘자세한 경위 조사’를 촉구한 어느 누리꾼의 청와대 국민청원글에 3만2000여명이 서명했다.

A씨는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광주에 위치한 B추모관 지하 납골당 자세한 조사가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최근 전남 지방의 심한 장마로 침수, 홍수 피해가 연달아 이어졌고, 이로 인해 (추모관) 지하와 1층이 침수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전남 지역 이재민 발생 소식이 나오는데도 추모관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애초 광주 지역에 장마가 시작될 무렵부터라도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적어도 유족에게 상황이 인지되도록 고지했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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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폭우로 침수 피해가 난 광주 북구의 한 사설 납골당에 유골함 안전 여부를 확인하려는 유족들이 모여 있다. 광주=연합뉴스


앞서 지난 8~9일 광주에 내린 폭우로 영산강 인근에 있던 사설 B추모관이 침수돼 지하층에 있던 유골함 1800여기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겪었다. 소방당국은 추모관 지하실 천장의 누수로 환풍기쪽에 물이 차면서 침수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유골함 대부분은 침수로 인한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유족이 되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침수가 될 만큼 되고 나서야 물이 찼다고 밤에 온 문자메시지가 전부였다”며 “화난 유족들에게 추모관 측은 적반하장으로 소리를 치고, 걱정한 유족에게는 유골함 상태에 이상 없다고 둘러대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청결하고 관리가 잘 된다기에 아버지 유골을 그곳에 뒀다”며 “관리를 잘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런 식의 대응이라니 기가 차다”고 어이없어했다.

그러면서 “추모관 담당자와 대표는 본인 사무실 팩스, 컴퓨터 등은 2층으로 옮겼다”며 “유골함은 그중에 50분 정도만 건졌다”고 추모관의 대처를 거듭 지적했다.

이 청원은 이날 오후 2시10분 기준 3만2000여명이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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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겪은 광주의 한 추모관에서 지난 10일 유가족들이 물에 젖은 유골함을 조심스럽게 꺼내고 있다. 광주=뉴스1


이번 사태에 B추모관은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걸고 “침수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해 유가족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추모관 측은 “유족 여러분의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이번 사태를 극복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광주시 등은 직접 중재에 나서 유골 재화장과 유골함 교체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화장시설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이유로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중으로 알려졌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추모관 침수’라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유족들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지고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시장은 “우리 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즉시 시행토록 했다”며 “모든 일이 수습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누구보다 힘들어하고 있는 유족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모든 노력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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