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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열사병 오인해 방치" 기숙사 생활 日고교 축구부 100명 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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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 증상에도 열사병 가능성에 방치

122명 기숙사 집단 생활...야구부도 확진

공동생활 중 식당 등에서 퍼졌을 가능성

인구 20만명 소도시의 한 고등학교 축구부에서 한꺼번에 100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감염돼 이 지역이 발칵 뒤집혔다. 선수들은 7월 말부터 최근까지 오사카(大阪) 등 다른 지역으로 원정경기도 다녀온 상황이라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12일 NHK에 따르면 시마네(島根)현 마쓰에(松江)시에 있는 릿쇼(立正)대 쇼난(湘南)고등학교 축구부에서 선수와 교사, 가족들 100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 축구부 선수 1명에게서 발열 증상이 나타난 것은 지난 5일 밤. 학생은 다음 날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와 등교했다가, 다시 상태가 안 좋아져 조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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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네현 마쓰에시 쇼난고교 축구부.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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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열 증상을 호소한 학생은 19명으로 늘었지만, 학교 측은 “날이 꽤 더워서 열사병일 수 있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는 그 뒤로 학생들이 “맛을 못 느끼겠다”고 호소하기 시작하자 처음으로 코로나19를 의심했고, 8일이 돼서야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PCR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선수 86명이 무더기 코로나19 판정을 받았고, 나흘 만에 확진자는 100명으로 불어난 상황이다.

학교 한 곳에서 이렇게 많은 확진자가 나온 이유는 학생들의 집단생활 환경 탓이 크다. 축구부 138명 가운데 122명이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식당과 목욕탕 등 공동시설을 이용하면서 급속히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학교는 공동시설의 소독이나 사용 인원수 제한 등 감염방지 대책을 실시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증상을 열사병으로 착각하는 바람에 감염 규모가 더 커졌을 수도 있다. 실제 발열, 기운 없음, 두통 등 열사병과 코로나19는 증상이 유사한 부분도 많다.

구쓰나 사토시(忽那賢志)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 국제감염증대책실장은 TV아사히에 출연해 “기침이 나거나 미각, 후각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는 코로나19로 의심해볼 수 있지만, 코로나19 환자라고 해서 반드시 나타나는 증상도 아니어서 헷갈릴 수 있다. 증상만으로 진단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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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일본 도쿄의 기온이 섭씨 36도까지 올라간 가운데 마스크를 한 시민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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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같은 기숙사를 사용하고 있는 야구부원 4명이 추가로 확진됐고, 축구부가 지난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 오사카, 가가와(香川), 돗토리(鳥取) 현 등으로 원정경기를 다녀왔기 때문에 타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4월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누적 확진자 수가 30명뿐이었던 시마네현은 이 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으로 11일 현재 확진자가 130명까지 늘었다.

기타무라 나오키(北村直樹) 교장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다대한 걱정과 폐를 끼친 사태를 불러일으켜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인 뒤 “학생들에겐 잘못이 없고, 학교 대책이 부족했다.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집단감염 대책반을 투입해 감염 경로 등을 파악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일본에서 확인된 집단감염 사례 중에서 하루에 확인된 감염자 수로는 가장 큰 규모다. 지금까지 기록은 지난 3월 28일 치바현의 한 복지시설에서 57명이 확인된 사례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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