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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살인진드기 물려 응급실서 피 토한 환자…의료진 5명 집단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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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진드기가 옮기는 바이러스 전염병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사진은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소피참진드기. 한국과 중국, 일본 등지에 서식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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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를 진료하던 의료진이 SFTS에 감염됐다. 5년 만에 사람 간 전파가 발생했다.

경북대병원은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한 의사와 간호사 등 5명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에 집단 감염됐다"고 12일 밝혔다.

경북대병원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평소 폐질환을 앓던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왔다. 의료진 13명이 투입돼 1시간가량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병원 관계자는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환자가 피를 토했고 이게 의료진에게 튀었다"며 "이 과정에서 SFTS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해당 환자는 심폐소생술로 호흡이 돌아왔지만, 나흘 뒤 사망했다. 그런 뒤 지난달 말쯤 응급실에서 이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의료진이 고열, 구토, 설사 등 SFTS 증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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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측이 지난 2월 23일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응급실 앞 주차장 공간에 현장응급진료시설을 보강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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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관계자는 "처음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의심돼 검사도 하고 각종 바이러스 검사를 했지만 음성이 나와 마지막으로 SFTS 검사를 했더니 의료진 5명이 양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SFTS는 작은소피참진드기, 개피참진드기, 일본참진드기 등에 물려 감염되는 4군 법정감염병이다. 1~2주 이내에 고열과 구토, 설사, 혈소판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6~10월에 발병한다.

하지만 사람 간 전파는 일반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SFTS에 걸린 환자의 혈액, 체액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경우 전파될 수도 있다.

이번 경북대병원 의료진의 SFTS 감염이 환자의 혈액·체액을 통한 '사람 간 전파' 사례로 추정된다. SFTS의 사람 간 전파는 2015년 이후 5년 만이다.

질병관리본부 김미영 인수공통감염병관리과장은 "의료진이 SFTS에 집단감염되는 이례적인 사례가 발생해 역학조사관이 조사했다"며 "감염된 의료진의 공통점이 최근 환자 심폐소생술에 투입된 점, 이들이 야유회 등 진드기에 물릴 만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환자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환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SFTS에 걸려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며 "다만 5년 전에도 SFTS에 걸린 환자를 중환자실에서 돌본 의료진이 감염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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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 만년교 인근 하천에서 유성구보건소 방역기동반 직원들이 2018년 4월 24일 방역을 하고 있다. 보건소 방역 관계자는 ’진드기가 옮기는 감염병은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야외활동을 할 때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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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측은 감염 의료진을 진료에서 제외해 치료하고 있다. 또 당시 심폐소생술에 투입된 나머지 8명과 접촉 직원도 검사하고 있다.

SFTS는 증상이 심해지면 혈뇨·혈변 증상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치사율이 10~30%다.

질본에 따르면 올해 8월 11일 기준 111명이 걸렸고, 이 중 15명이 사망했다. 2019년에는 223명이 걸렸고, 41명이 목숨을 잃었다.

SFTS에 감염된 경북대병원 의료진은 양호한 상태로 알려졌다.

김 과장은 "초기에 발견해 치료 받으면 잘 회복한다"며 "병원에서 환자 치료과정에서 SFTS에 감염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는 만큼 의료진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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