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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경기북부 체육계 불법행위 신고 '0건'…왜 기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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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있어도 가해자 처벌하려면 신원 노출 불가피해 부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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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뉴시스] 이호진 기자 =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을 계기로 운영한 체육계 불법행위 특별신고 기간 동안 관련 신고가 1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불이익을 우려하는 신고자에 대한 보호 대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2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6월 최숙현 선수가 전 소속팀 지도자와 동료선수 등에게 폭행·폭언 등의 가혹행위를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회적으로 파장이 일자 각 지방경찰청 단위로 1개월간 체육계 불법행위 특별신고기간을 운영했다.

경기북부경찰청도 7월9일부터 8월8일까지 지방경찰청과 각 경찰서에 신고센터를 마련하고 신고를 접수했지만, 신고는 물론 관련 첩보조차 1건도 입수되지 않았다.

이 기간 형사와 여청수사, 정보 등 관련 부서 15명 내외로 구성된 특별수사단까지 운영됐지만, 피해가 확인되지 않음에 따라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해체됐다.

이 같은 결과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나 강원지방경찰청도 마찬가지로, 이들 지역에서도 체육계 불법행위 특별신고기간 동안 관련 신고는 1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특별신고기간 운영 발표와 동시에 예견된 결과이기도 하다.

폭행 등의 피해를 입은 선수가 있더라도 신고 후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신원 노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피해 선수들이 안심하고 신고를 하려면 익명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폭행의 경우 현행법상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의사 표명이 없으면 처벌이 어려워 결국 신원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욕설 등 폭언에 의한 모욕 혐의 역시 ‘친고죄’에 속해 고소권자의 고소가 없으면 처벌이 어렵다.

결국 불법행위 신고에 따른 모든 부담을 피해 선수가 짊어져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여기에 운동부 특성상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우월적 지위를 가지거나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있는 경우도 많아 피해가 있더라도 선수들이 보복이나 따돌림 등 불이익을 우려해 신고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어 피해 여부 파악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전직 운동선수는 “팀에서 폭언이나 폭행 피해를 입어도 정말 운동을 그만둘 각오가 아니라면 후폭풍이 두려워 신고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직장 운동경기부의 경우 인력풀이 많지 않아 소문이 나면 다른 곳으로도 갈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쉽게 신고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은 맞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관련 신고가 몇 건 접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체육계도 선수들이 불이익을 우려하지 않고 피해사실을 밝힐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sak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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