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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법무부 직제개편안에 따귀 맞은 듯" 일선 검사들 불만 속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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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하반기 직제개편 의견조회 진행

공판부 기능 강화 및 확대 방안 등 담겨

차호동 검사 "연구 없이 만들어진 방안"

정유미 부장검사 "업무 알고나 만들었나"

뉴시스

[서울=뉴시스] 이윤희 김가윤 기자 = 법무부가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하고 형사·공판부를 강화한다는 취지의 직제개편안을 내놓자, 검찰 일선에서는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연거푸 나오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차호동(41·사법연수원 38기) 대구지검 검사는 지난 11일 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법무부의 공판 분야 직제개편안에 대해 "아무런 연구나 철학적 고민이 없이 만들어진 개편안"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전날 오전 대검과 일선 검찰청에 '2020년 하반기 검찰청 직제개편(안)' 공문을 보냈다.

공판부 기능 강화 및 확대 방안으로 ▲1재판부 1검사제 지향 ▲부장급 단독공판실, 평검사로 구성된 공판·기소부로 이원화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공판검사실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못함에도 형사부 인력을 이관하는 만큼 형사부 업무이관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형사부(기소) 업무시스템을 재정립하겠다는 취지로 ▲(형사부 검사실을) 공판준비형 검사실로 개편 ▲전담별 전문사건 전담 처리 등의 방안도 내놨다. 이를 통해 '조서 없는 수사환경'을 확립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개편안을 받아본 일선 검사들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차 검사는 "1검사 1재판부의 의미는 검사 1명이 공판에서 담당해야 할 업무가 지금과는 달리 더욱 풍성하고 다양해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며 "현재 공판검사실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어떠한 실증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1인이 재판부 1.8개를 담당해서 공판준비에 필요한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다면서 형사부보다 일이 적은 건 맞으니 형사부 업무로 보충해보자는 의견은 어떠한 철학적 고민의 산물인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개편안의 발상은) 그야말로 끝없이 가벼운 생각의 한 단편"이라며 "형사부 인력을 이관하기에 앞서 공판부 검사가 해야 할 업무 정체성이 무엇인지, 특히 개편안이 하는 조서 없는 공판준비형 검사실 시스템에서는 어떠한지 한번이라도 깊은 고민을 해보았나"하고 되물었다.

또 "개편안의 공판준비형 검사실은 마치 기존 형사부 검사실이 조서를 받지 않는다거나 공판 자료를 충실히 작성하는 것이 목표인 것처럼 전제해 '조사자 증언제도의 적극 활용'이라는 워딩이 난데없이 나왔다"며 "이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선 경찰-검찰-법원의 이해가 필요하고, 검찰이 직제개편으로 도입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차 검사는 직제개편안에 담긴 '공판부 이원화'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여전히 공판부를 바라보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단 한걸음도 발전하지 못한 채, 강화를 해야 한다고 하니 어려워 보이는 합의부에 고검검사, 고기수 검사를 배치하겠다고 한다"며 "그간 저호봉 검사들을 공판부에 (왜) 배치해왔지, 즉 속칭 저호봉 검사가 우선 배치되는 비선호 보직으로 인식됐는지에 대한 검토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적었다.

해당 글에는 공감한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한 검사는 "제도가 마련된 근원적 이유나 시스템과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개편안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무엇보다 개편안 기저에는 형사부와 공판부를 낮게 보는 듯한 인식이 있다"고 했다.

정유미 대전지검 부장검사도 이날 오후 올린 글에서 "조잡한 보고서로 전국 일선청 검사들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했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검사는 이번 개편안을 ▲형사부 업무시스템 재정립 ▲공판부 기능 강화 및 확대 ▲이의제기 송치 사건 전담부 ▲인권 수사협력팀 운영 등으로 분류한 뒤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모호한 부분 등을 조목조목 언급했다.

가령 '1재판부 1검사' 제도에 대해서는 "계속되는 희망이었으나 현실적으로 인력 문제 때문에 실시되지 못했다. 인력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질문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지만 그것보다 더 크게 나오는 것은 한숨과 탄식"이라며 "이 개편안은 검사가 만든 것인가. 검사라면 도대체 형사부, 공판부 업무를 얼마나 해본 사람인가. 일선 형사, 공판 업무 실질을 알고나 만든 것인가"라고 따졌다.

아울러 "개편안을 보면서 마치 따귀를 맞은 듯 모멸감을 느끼는 것은 비단 저만의 감정은 아닐 것"이라며 "제대로 된 조사도 연구도 없이 아무렇게나 막 뒤섞어 판을 깨 놓으면서 '개혁'이라고 위장하려 들지 마시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ympathy@newsis.com, yo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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