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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러시아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에 의문 커져…러 “경쟁심에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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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와 국방부 산하 제48중앙과학연구소가 함께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스푸트니크 V) 앰플. 타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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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부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공식 승인했지만, 서방 전문가들과 각국 보건 당국은 해당 백신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 백신이 3상 임상 시험을 거치지 않았고, 1~2차 임상 시험 대상자 수도 현저히 적어 안전성 및 효능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신 등록을 발표한 후 곧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최초’가 아니라 미국인과 전 세계인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도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고 러시아가 입증했는지 의문스럽다”면서 “백신의 제조가 해당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니 알트만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면역학과 교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여러 매체에 “백신 후보에 대한 투명한 평가가 필요하다”면서 “안전성과 효과성보다 부작용이 더 큰 백신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영국 서섹스대 과학정책연구단 오히드 야쿱 박사는 영국 매체 더선에 “3상 임상 시험 생략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사람들이 물보다 나을 게 없는 백신을 접종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독일 보건부 대변인도 이날 현지 매체 RND에 “러시아 백신의 품질과 효능, 안전성에 대해 알려진 자료가 없다. 환자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러시아 백신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와 국방부 산하 제48중앙과학연구소가 함께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가 보건부의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백신이 필요한 모든 검증 절차를 거쳤고, 자신의 딸도 임상 시험에 참여해 접종을 받았다면서 안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백신은 임상 시험 최종단계인 3상 시험을 아직 거치지 않았다. 통합돼 실시된 1상과 2상 시험도 38명을 상대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는 앞으로 러시아에서 2000명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멕시코 등에서 3상 시험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수천~수만명을 대상으로 한 1~3차 임상 시험 뒤에야 백신의 공식 등록과 양산, 일반인 접종을 시작하는 게 관례다. 전문가들이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이유다.

타릭 야사레비치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당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으며 백신에 대한 WHO의 사전 자격 인정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절차를 가속하는 것이 곧 안전성과 타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WHO는 이전에도 수차례 ‘백신의 안전성’을 강조해왔다.

러시아는 ‘스푸트니크 V’ 백신에 대한 의문에 대해 “근거 없는 비판”이라고 맞섰다. 미하일 무라슈코 보건부 장관은 12일 브리핑에서 “외국의 동료들이 아마 어떤 경쟁심과 러시아 제품의 경쟁력 우위를 느끼면서, 전혀 근거없는 견해들을 밝히고 있다”면서 “하지만 러시아 백신은 일정한 임상 지식과 자료를 확보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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