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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가슴 높이 물길 건너가 주민 23명 구한 ‘용감한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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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10일 오전 전남 곡성군 수해 지역에서 곡성군은 공무원들이 여름 휴가를 반납하고 복구를 지원하고 있다. 곡성=연합뉴스


전남 곡성 마을의 50대 이장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침수된 집에 갇혀 있는 장애인 모녀 등 주민 23명을 구조한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12일 곡성군에 따르면 지난 8일 500㎜ 이상의 집중호우와 섬진강 범람으로 인해 곡성읍에서만 주택 200여채와 농경지 수천㏊가 침수됐다.

곡성읍 금예마을 김재덕(54) 이장은 섬진강 범람이 시작되자 오전 11시쯤 마을 방송으로 주민들에게 신속히 대피하라고 알렸다. 또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혼자 사는 노인들을 인근의 대피소로 이동시켰다.

대피소와 마을을 3차례 왕복한 끝에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켰다고 판단한 김 이장은 주민들의 수를 파악했다.

그런데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 모녀가 보이지 않았고 “물이 차오르는 집에 아직 갇혀있는 것 같다”는 주민의 이야기를 들었다.

주민들이 “지금 마을에 빗물이 차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김 이장은 친구 김희준(54)씨와 함께 마을로 차량을 돌렸다.

마을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물이 가슴높이까지 올라온 상태여서 김 이장 등은 차에서 내려 걸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고립된 장애인 모녀와 함께 비교적 고지대에 위치한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아이를 품에 안은 부부를 비롯해 다른마을 주민 13명도 피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을회관 쪽으로 피신하라고 안내했다.

점점 물이 차오르자 김 이장의 주변에는 23명이 모였고 빗물이 마을회관까지 차오르자 김 이장은 더욱 높은 곳으로 이동해 구조대에 연락, 고립 위치를 알렸다.

구조대가 도착하자 김 이장은 아이와 장애인 모녀, 노인들을 먼저 태워 보냈고 마지막 보트를 이용해 마을을 빠져 나왔다.

곡성군 관계자는 “빗물이 순식간에 마을을 덮치는 속에서도 김 이장이 침착하게 대처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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