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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테슬라, 주식 쪼개기로 ‘전 세계 개미’ 돈 빨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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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1300달러 넘어 거래 힘들어

5대1 주식분할 땐 300달러 이하

시총 유지한 채 주식 수 느는 효과

값 싸져 동학개미도 투자 늘 듯

미국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5대1의 주식분할을 결정했다. 주당 1300달러 이상으로 비싸진 ‘몸값’의 테슬라 주식이 소액 투자자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셈이다.

테슬라는 오는 21일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기존 주식 1주를 새 주식 5주로 쪼개기로 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테슬라의 종가(1374.39달러)를 고려하면 분할 후 주가는 300달러 이하가 될 수 있다. 이 소식으로 11일 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 테슬라 주가는 6% 넘게 오르기도 했다. 테슬라의 주식분할은 오는 28일 나스닥 시장의 거래 마감 후 이뤄진다. 주식분할 후 첫 거래일은 오는 31일이다.

중앙일보

1년만에 5배로 오른 테슬라 주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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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테슬라의 주가는 급속도로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8월 210~230달러에서 거래되던 테슬라 주식은 지난 2월 90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주가가 급락했지만 지난 3월 중순 바닥을 치고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6월에는 1000달러를 넘어섰고 지난달 20일에는 1643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테슬라의 11일 주가를 2010년 상장 당시(17달러)와 비교하면 80배 이상이 됐다. 미국의 모바일 주식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에 따르면 테슬라 주식을 보유한 계좌 수는 지난 3월 18만 개에서 최근 55만 개로 늘었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테슬라는 인기 종목으로 꼽힌다.

‘몸값 쪼개기’에 나선 것은 테슬라만이 아니다. 애플도 지난달 31일 4대 1의 주식분할 결정을 발표했다. 애플로서는 다섯 번째 주식 분할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5월 액면가 5000원짜리 1주를 100원짜리 50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했다. 분할 전 265만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분할 후 5만원대로 낮아져 소액 투자자들이 거래하기 쉬워졌다. 미국처럼 액면가가 없는 주식을 쪼개면 주식분할, 한국처럼 액면가가 있는 주식을 쪼개면 액면분할이라고 부른다. 주식분할이나 액면분할은 증시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를 늘리는 역할을 한다. 분할 비율만큼 주당 가격이 싸지기 때문에 소액 투자자들이 해당 주식을 사고팔기 쉬워진다.

이미 일부 증권사는 테슬라와 같이 값비싼 주식을 1주 단위가 아닌 소수점 단위로 사고팔 수 있게 하고 있다. 예컨대 애플 주식 1주를 사려면 400달러 이상이 필요하지만 0.01주만 산다면 4~5달러만 있어도 된다. 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일부 증권사도 이런 방식으로 해외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할 주식 거래(소수점 단위 거래)가 흔한 투자 방식이 됐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이런 시장 분위기를 놓치지 않았다. 이번 주식분할은 소액 투자자들의 풍부한 유동성을 흡수해 주가 상승의 동력을 높이려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식분할로) 주당 가격이 내려가면 개인 투자자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주식분할로 거래량이 늘어나는 게 반드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특히 증시에서 거액을 굴리는 ‘큰손’ 투자자에겐 분할 비율만큼 주당 가격이 싸지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미국의 증시 전문 사이트인 마켓워치는 “예전에는 공격적인 투자자들이 주식분할을 강세장의 신호로 여겼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고 전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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