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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단독] 문무대왕릉·하동읍성 옆까지… 태양광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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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문화재 보호구역 파고든 태양광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문화재 보호구역'에 태양광 시설 허가가 폭증한 것으로 12일 나타났다. 국가가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개발을 제한한 토지에 태양광 패널이 깔리기 시작한 것으로, 현재까지 허가가 난 면적만 축구장 24개 규모다. 태양광 시설도 문제지만 최근 집중호우로 토사 유출·태양광 설비 유실이 발생하면서 문화재 훼손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야당은 "태양광 난(亂)개발이 숲을 해친 데 이어 이제는 문화재 보호구역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김예지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문화재청이 문화재 보호구역이나 인접지에 허가한 태양광 시설은 36곳, 면적은 약 17만㎡(약 5만1500평)에 달했다. 문화재 보호구역은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 국가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한 범위만큼 지정한다. 지정문화재의 점유 면적(문화재 구역) 주변부를 '문화재 그린벨트'로 설정해서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 보호구역 내의 개발·오염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실제 문화재청은 지난 정부 때인 2016년 문화재 보호구역 내 태양광 허가를 1건만 내줬다. 그러나 현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17년 8건을 시작으로 2018년 16건, 2019년 12건으로 크게 늘어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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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읍성 옆에 들어선 거대한 태양광 12일 경남 하동군 고전면 하동읍성(빨간 점선) 인근에 태양광 시설이 펼쳐져 있다. 하동읍성은 사적 제453호로 조선 태종 17년(1417년)에 축성됐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개발을 제한한 ‘문화재 보호구역’에 태양광 시설 허가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론촬영=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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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을 기점으로 태양광 패널은 보물·사적·민속문화재를 가리지 않고 설치되고 있다. 국가 지정 보물인 강원 고성군 육송정 홍교(보물 제1337호), 경남 사천시 흥사리 매향비(보물 제614호), 경북 구미시 낙산리 삼층석탑(보물 제469호) 부근에 태양광 설치 허가가 났다. 충북 청주시 계산리 오층석탑(보물 제511호) 주변 임야 6만6309㎡(약 2만평)에서는 나무가 베어지고, 지금은 그 자리에 태양광 패널이 빼곡하다.

사적지로는 수원화성(사적 제3호), 경북 경주 문무대왕릉(사적 제158호), 전북 익산 미륵사지(사적 제150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전남 화순 고인돌 유적(사적 제410호) 등의 보호구역 내에 태양광 시설이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이다. 충남 부여 홍산현 관아(사적 제481호), 경북 경주 화산리 회유토기 요지(사적 제241호)는 문화재와 태양광 시설의 거리가 70~80m에 불과하다.

특히 조선 태종 17년(1417년)에 축성된 경남 하동읍성(사적 제453호)과 관련해서는 하동군청이 문화재청에 태양광 설치 반대 의견을 공문으로 전달했다. 경남 문화재전문위원에게 자문했더니 '(태양광 예정지가) 하동읍성·능선 경계에 근접해 문화재 주변 경관이 훼손된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나왔다는 것이다. 또 "태양광 시설 짓겠다고 나무를 베어버리면 산 아래 논이나 하천으로 토사가 유입될 수 있다"는 주민 반발도 있었다. 그럼에도 문화재청은 '문화재청장 허가 사항임'이라면서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문화재 보존이 존재 이유인 문화재청이 정권 눈치 보느라 문화재 보호구역을 내주는 자해(自害)에 가까운 일을 벌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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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지정 문화재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시·도 지정 문화재 주변 태양광 시설 허가도 2017년 11건, 2018년 27건, 2019년 25건으로 늘고 있다. 2016년 한 해 529㏊였던 산지 태양광 설치 면적도 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1435 ㏊, 2018년 2443㏊로 급증하는 추세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전국 임야에서 나무 총 232만7495그루가 베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전날 충북 음성군 수해 현장에서 "태양광은 지난 정부 때 허가가 너무 많이 났다"고 주장했다.

이런 태양광 난개발은 '생태계 보전을 국정 우선순위로 삼고,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겠다'던 문 대통령 대선 공약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 관련 연구 기관에서 근무하는 한 연구원은 "국토가 좁고, 그마저도 70%가 산지인 우리나라에서 무리하게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려다 보니 산을 깎고 문화재 보호구역까지 풀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김예지 의원도 "최근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져, 문화재 보호구역 내에 깔린 태양광 시설들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포토]태양광 현재까지 축구장24개 규모…"난 개발이 숲 해치고 문화재까지 위협한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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