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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중국 공세 대응안 묻자… 한국 핵무장 운 띄운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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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세 대응안 묻자 답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각) 중국의 공세에 대응한 한국과 일본·대만의 핵무장 필요성과 관련한 질문에 "앞으로 두 달간의 주요한 논의 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MSNBC 라디오 프로그램 '휴 휴잇 쇼' 인터뷰에서 '중국의 코로나와 관련한 무모함과 공격성을 고려할 때, 일본과 한국 심지어 대만이 핵무장이나 극초음속 미사일 역량을 추구해야 하느냐'란 질문에 "나는 어떤 것도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하겠다. 향후 두 달간 우리의 주요 논의 주제"라고 했다. 이어 "아주 주요한 논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가 '주요한 논의 주제'라고 한 것이 중국의 공세에 대한 것인지, 한·일·대만의 핵무장을 언급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어떤 것도 말하지 않겠다"며 모호하게 말하면서도 여지를 남긴 것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대선 과정에서 한·일 핵무장 가능성을 띄워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중국의 위협에 맞선 한·일·대만의 핵무장 가능성에 두루뭉술하지만 "주요한 논의 주제"라고 한 것은, 그의 머릿속에 대중(對中) 압박용 카드로 '한·일 핵무장'이 남아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실제 그는 대선 후보 시절인 2016년 3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허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국이 만약 지금처럼 약한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한국과 일본은 어쨌든 핵무장을 하려고 들 것"이라며 "한·일이 핵 위협을 느낀다면 (핵무기를) 가져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달 CNN 주최 타운홀 미팅에서도 "북한도, 파키스탄도, 중국도 핵무기를 갖고 있고 이란도 10년 이내에 가질 것"이라며 "일정 시점에서 일본과 한국이 북한에 맞서 자신들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면 미국의 형편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를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지난 대선 때처럼 한·일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해 중국을 압박하고, 핵 문제를 이슈화하려 할 개연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11일 폭스 스포츠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훌륭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 똑같게 느끼지 않는다. 나는 그(시진핑)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았다"고 했다.

물론 지금으로선 트럼프가 실제 한·일 핵무장을 용인하거나 추진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는 2016년 대선 과정에서 한·일 핵무장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해놓고도, 그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트위터에 "'나는 더 많은 나라가 핵을 보유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적었다. 미국이 수십년간 유지해온 비확산 정책을 마음대로 폐기할 수 없고,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심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1년 주한미군 전술핵 철수 이후 한국에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 억제력을 제공하는 '확장 억제' 정책을 유지해왔다. 크리스토퍼 포드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 등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도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고려하면 한·일이 핵으로 무장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예측하기 힘든 트럼프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중국 압박을 위한 한·일 핵무장 얘기가 거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가 자신의 재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이를 꺼낼 수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는 지난해 9월 "워싱턴 일각에서는 대중·대북 압박을 위한 전략적 차원으로 한·일 핵무장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트럼프라면 동맹에 자체 핵무장을 하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로 위협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할 것을 미 협상팀에 지시했다고 CNN의 안보 전문기자가 밝혔다. 짐 슈토 CNN 기자는 11일 출간한 '미치광이 이론: 트럼프가 세계와 맞붙다'란 책에서 군 당국자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군 당국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위협해 방위비를 더 얻어낼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협상팀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일부 미군 철수를 지시할 수 있다'고 한국 측에 암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슈토 기자는 트럼프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다섯 배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고, 실제 방위비 협상에서 한국 관리들이 머뭇거리자 미국 관리들이 걸어나왔다고 했다.





[포토]트럼프 "한국 핵무장 주요 의제" 모호한 답변에 가능성 띄워 中 압박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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