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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서프라이즈 점프' 美 물가 꿈틀꿈틀…변수는 결국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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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7월 근원물가, 30년만 최고치 급등

'경제 풀린다' 에너지·교통 등 가격 올라

연준 돈풀기 효과…증시 1% 이상 상승

변수는 코로나…인플레 우려 시기상조

"물가 상승 계속돼야 시장 관심 가질 것"

이데일리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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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서프라이즈 점프(surprise jump)’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0.6% 상승(전월 대비) 소식이 전해진 이후 월가에서 나오는 긍정론이다. ‘경제 체온계’ 물가는 너무 낮아도 너무 높아도 좋지 않은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차갑게 식어버린 물가가 조금씩 오를 조짐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요 측면의 물가 흐름인 근원물가는 거의 30년 만에 최고치 상승했다. 뉴욕 증시는 이를 코로나19 백신만큼 중요하게 바라볼 정도다.

다만 확신은 이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는 데다 추후 팬데믹 양상이 어떻게 이어질지 알 수 없는 탓이다. 인플레이션(inflation)을 거론하기는 시기상조라는 뜻이다.

美 7월 근원물가 30년만 최고치 급등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CPI(계절조정)는 전월 대비 0.6% 올랐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0.3%)를 웃돌았다. CPI는 6월(0.6%)에 이어 두 달째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상승률은 1.6%다.

이는 연준이 정책 목표치로 삼고 있는 연 2.0%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팬데믹 이전인 올해 1월과 2월(각각 0.1%)보다 높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미국이 경제 봉쇄에 돌입한 3월 이후 CPI 월 상승률은 -0.4%→-0.8%→-0.1%(전월 대비)에 그쳤다.

지난달 교통서비스(3.6%)와 중고차(2.3%) 물가 상승률은 최근 몇 달 마이너스(-)를 딛고 폭등했다. 교통은 경제 활동의 중추다. 휘발유(5.6%), 연료유(4.3%), 의류(1.1%) 등도 큰 폭 올랐다. 반면 가정조리식품의 가격은 1.1% 떨어졌다. 미국인들이 점점 집 밖으로 나오고 있다는 의미다.

또 눈여겨볼 것은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다. 공급 충격이 큰 항목을 뺀, 다시 말해 수요 부문의 기조적인 물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는 지난달 0.6% 올랐는데, 1991년 1월 이후 거의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물가가 반등하는 것은 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 이후 조금씩 경제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소비는 미국 실물경제에서 7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CNBC 등 주요 외신들은 근원물가 상승을 주목하면서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썼다. MUFG 은행의 크리스 럽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마개를 열고 돈을 찍고 있다”며 “가격이 점점 원점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전 나온 생산자물가지수(PPI) 결과도 이를 뒷받침했다. 지난달 PPI는 전월 대비 0.6% 오르며 시장 전망치(0.3%)를 뛰어넘었다. 2018년 10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인플레 우려 시기상조…변수는 코로나

뉴욕 증시는 물가 호조 덕에 장중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1.10% 상승한채 거래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51% 오르고 있다.

문제는 적절하게 데워지고 있는 미국 경제가 얼마나 지속할 지다. 변수는 코로나19의 확산세 여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03만9709명이다. 최근 다소 둔화하고 있지만 하루 5만명 안팎씩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오는 나라다. 팬데믹이 이어질 경우 미국의 경기 회복은 멀어질 수 있다.

월가가 최근 물가 반등을 두고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거론하지 않는 건 그 연장선상에 있다. 물가가 2%를 훌쩍 넘을 정도로 경제가 뜨거워지기에는 불확실성이 많다는 것이다.

푸르덴셜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최고시장전략가는 “건강한 가격 상승은 경제가 회복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면서도 “물가 급등은 최근 한 달 사이의 움직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물가 상승이 지속하지 않는 한 시장의 관심사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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