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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고질적인 신월동 물바다 없앴다, 지하 40m 어마어마한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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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잠기는 강남역, 도심 심도 터널로 해결 가능"

강원 원주, 경북 봉화에선 '소규모 댐' 첫 건설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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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의 대형 빗물터널 마무리 공사가 한창일 당시의 모습.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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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폭우에 첫 가동하고, 고질적이던 신월동 침수가 사라졌습니다.”

11일 서울시청사 지하 3층. 함명수 서울시 치수총괄팀장이 풍수해 재난안전대책본부 현황판에 있는 커다란 터널을 가리켰다. 최근 내린 비로 터널 바닥에 물이 저장되어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지하 40m 깊이에 있는 국내 1호 '도심 심도 터널(대심도 터널)'인 신월 배수 저류 터널이다. 목동 빗물 펌프장에서 신월동 방향으로 4.7㎞에 이르는 지름 10m 터널을 처음 가동해 이번 폭우 때 신월동 일대 침수를 막아냈다는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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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1호인 도심 심도 터널인 신월 빗물 터널. 지하 40m 깊이로 설치된 지름 10m 터널로, 길이가 4.7km에 달한다. 저지대 지역의 침수를 막기 위한 것으로 한꺼번에 쏟아진 빗물을 이곳에 모았다가 비가 그친 뒤 강으로 내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중앙포토]


폭우로 인한 물난리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010년 9월 서울에 내린 큰 비로 3명이 목숨을 잃고 강서구와 양천구에서만 6000여개 건물이 물에 잠겼다. 이듬해 7월엔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등으로 서울에서만 폭우로 22명이 사망했다. 기후변화로 국지성 폭우가 잦아진 데다 빠른 도시 개발로 도심이 콘크리트로 뒤덮이면서 반복된 재해였다.

기존 하수관로 만으로는 쏟아내리는 빗물을 해결할 수 없자 서울시는 10년 계획을 세워 대비에 들어갔다. 그 중 하나가 도심 심도 터널이었다. 지하에 커다란 터널을 뚫고 폭우가 내리면 빗물을 임시 저장하고 비가 그치면 한강으로 내려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7년 공사 끝에 수영장 160개 분량의 물(총 저수용량 32만㎡)을 저장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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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역에 호우 특보가 내려진 지난 1일 서울 강남역 인근 맨홀 뚜껑에서 하수가 역류해 인근 인도가 흙탕물로 뒤덮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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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오면 잠기는 강남역



하지만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대표적인 곳이 강남역이다. 강남역은 지난 1일 폭우에 또 다시 물에 잠겼다. 맨홀 뚜껑이 열려 하수가 역류하면서 흙탕물이 일대를 뒤덮었다. 강남역은 서울시의 지난 10년 치수(治水) 계획에 포함된 34곳 중 한 곳이다.

서울시는 침수 피해가 잦은 34곳의 문제 해결을 위해 30년에 한번 꼴로 내리는 시간당 95㎜ 강우량을 견딜 수 있도록 3조994억원을 투자했다. 빗물 펌프장을 만들고 빗물을 모을 수 있는 저류조를 조성했다. 또 신월 배수 저류 터널과 같은 대심도 터널을 만들었다. 올 연말까지 침수 예방이 가능한 곳은 29곳. 강남역과 사당역, 길동, 광화문, 망원동 일대 5곳은 취약 지역으로 아직 남아있다.

함 팀장은 "침수가 잦은 강남역 인근에 침수 센서를 설치하고 대심도 터널 공사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름 6.5m에 길이 1.3㎞에 이르는 터널을 오는 2022년 완성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사당역 침수 문제에도 이 터널을 활용할 계획이다. 함 팀장은 "도심 심도 터널은 대도시에서 침수방지를 위해 활용 가능한 방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서울과 부산, 울산과 같은 침수 피해가 잦은 대도시에선 도심 심도 터널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후변화로 국지성 호우가 잦아진 상황에서 대심도 터널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침수 피해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신월동에 구축한 터널은 빗물 저수용으로만 활용되고 있다"며 "평소 자전거 도로나 차량이동이 가능한 도로 등으로 활용도를 검토해 달라진 기후변화 상황에 맞는 재난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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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가 내린 지난달 24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산동 홈플러스 앞 사거리 도로가 침수돼 차량 운행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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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댐 주목하는 지자체…“건설 늘려야”



규모가 작은 지방 중·소도시는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소규모 댐 건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류에 댐을 건설하면 수문을 여닫아 강 하류로 흘러가는 물의 양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폭우 등으로 인한 홍수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가뭄에 하천이 마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지난해 착공한 강원도 원주시의 원주천댐과 경북 봉화군의 봉화댐은 소규모 댐 건설의 첫 사례다. 2012년 '댐 건설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지자체가 직접 지역주민 의견을 수렴해 댐 건설을 할 수 있게 된 데 따른 시도다. 사업은 한국수자원공사가 건설을 위탁받아 진행하며, 정부가 사업비의 90%를 지원한다. 원주천댐은 689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2년 공사를 마칠 예정이며, 봉화댐은 사업비 499억원을 들여 2024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각 지방도시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소규모 댐의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성준 건국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 기후가 잦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며 “홍수나 가뭄 취약 지역은 지자체와 정부의 면밀한 평가를 통해 중ㆍ소규모 댐을 늘리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예·윤상언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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