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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e슬기로운 투자생활]금리는 말했다, 시장은 바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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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美금리 서서히 상승…'성장주→가치주' 전환

경기회복·코로나 백신 기대감이 금리 끌어올려

반짝 반등이란 시각도…"연준 채권 공급 많아진 탓"

더 큰 조정올까…금리 방향성에 '주목'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최근 급격한 순환매가 진행되는 시장에 당혹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투자자가 적지 않습니다. 잘나가던 금값이 폭락하질 않나, 빌빌대던 항공주가 오르질 않나…. 그러나 이러한 흐름을 이미 예고하던 지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금리입니다.

금값·성장주 내리고 가치주 올라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 12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 대비 온스당 93.40달러(4.6%) 떨어진 1946.30달러에 장을 마쳤습니다. 이는 2013년 4월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죠. 최근 금값은 온스 당 3000달러도 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파죽지세였는데 별안간 그 기세가 크게 꺾인 겁니다. 금과 함께 강세를 보였던 은값도 같은 날 전날 대비 10%나 하락했죠.

별안간 금값이 크게 꺾이면서 시장이 놀라긴 했지만 사실 최근 비슷한 흐름은 지속됐습니다. 그동안 강세를 보이던 성장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이번주 줄곧 하락했는데, 반대로 전통산업이 몰려있는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상승 마감하는 등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죠. 항공주나 리조트주, 은행주와 같은 그동안 크게 내렸던 종목들의 주가가 별안간 크게 뛰었고, 반대로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과 같은 언택트 관련주는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성장주에서 가치주로의 전환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었던 셈이죠.

서서히 오른 미국 금리, 로테이션 예고했다

이데일리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사진=C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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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예고하는 지표가 하나 있었나니, 바로 금리입니다. 줄곧 하락추세를 보였던 미국 10년물 금리가 8월 초를 기점으로 서서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부담으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아무런 리스크를 지지 않는 국채로도 어느정도 수익을 더 얻을 수 있으니 구태여 성장주라는 높은 리스크를 질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성장주 투자자들은 금리를 눈여겨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성장주가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던 이효석 SK증권 연구원 역시 “미국 10년물 금리의 장기차트를 보면 1973년 니프티피프티(뜨는 종목 50개만 뜨는 현상)는 금리의 저점에서 끝났었다”며 “금리가 추세적으로 오르게 되면 (성장주가 계속 오른다는)이야기는 다 틀리게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죠.

금리 왜 올랐나…경기회복·백신 기대감

그렇다면 금리는 왜 올랐을까요?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론 미국의 고용지표나 ISM 제조업구매자지수 등이 양호하게 나오면서 경기 회복의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 꼽힙니다. 두번째론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감입니다. 11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 최초로 러시아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며 자신의 딸에게 접종했다고 밝혔는데요, 이것도 금리를 끌어올린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됐죠.

그렇다면 이러한 금리 방향이 지속되느냐 여부가 시장에 중요한 이슈가 될 겁니다. 만약 금리가 계속 높아진다면 시장의 조정가능성이 커질 테니까요.

다행인 점은 금리 상승이 앞으로도 추세를 갖고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적다는 것입니다. 경기 펀더멘털이 제대로 돌아섰다고 보긴 어려운 데다, 아직 코로나19 백신 역시 나오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美금리, 재정정책에 반짝 반등…추세 아냐” 시각도

또 최근의 금리 상승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재정정책으로 인한 공급부담 문제가 단기적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많습니다. 연준이 국채를 발행해서 양적완화를 하면서 ‘채권 공급 증가→채권 가격 하락→금리상승’의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죠. 미국 국채는 주기적으로 발행되는 날짜가 있는데 유독 이번주에 미국 국채 신규발행 입찰이 많이 예정돼 있었다는 점이 채권의 수요·공급을 흔들었고, 이로 인해서 금리가 반짝 상승했을 뿐 앞으로 추세를 갖고 상승하긴 어렵다고 내다보는 셈입니다.

한편 미국 증시가 히컵(hiccup) 놀라니 이튿날 한국 증시 역시 함께 딸꾹질을 했습니다. 12일 코스닥 지수가 1.7% 하락한 게 그 방증이죠. 최근 코스닥 지수는 성장주에 대한 가치평가가 높아지며 코스피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미국서 성장주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자 함께 멈칫한 겁니다. 일단 시장은 커다란 조정보단 성장주에서 가치주로의 로테이션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단,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른다면 정말로 커다란 조정이 올 수 있으니 투자자들은 잘 살펴보고 대응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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