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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전기차 뜨니 배터리 스타트업도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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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기술 경쟁 가열
美·日·유럽 유망 배터리 스타트업 속속 등장
후지경제 "차세대 배터리 시장 15년 뒤 30조원 규모로 성장"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핵심 부품인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로 기대를 모으면서 세계 각지의 배터리 스타트업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배터리 기술 주도권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유망 배터리 스타트업들이 신기술을 적용한 배터리를 개발해 투자자를 유치하고 배터리·완성차 제조사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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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인 '모델3'/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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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배터리 스타트업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국가 중 하나다. 일본 배터리 스타트업들은 고성능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 노트북, 스마트폰 등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이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후지경제에 따르면 차세대 배터리 시장은 올해 42억엔(약 466억원) 규모에서 2035년 2조7000억엔(약 30조원) 수준으로 대폭 성장할 전망이다.

요코하마 소재 쓰리돔(3 Dom)은 2022년까지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리튬메탈 배터리를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흑연 음극재 대신 금속을 사용해 에너지 밀도(저장능력과 출력)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높을수록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늘어나기 때문에 완성차 업계도 리튬메탈 배터리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경제전문지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쓰리돔에 협력 요청을 보내는 기업은 대부분 미국·유럽의 완성차와 드론 업체"라고 전했다.

쓰리돔에 따르면 회사가 개발 중인 리튬메탈 배터리는 같은 무게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2배가량 높다. 배터리 음극재로 리튬메탈을 사용하면 배터리 용량을 쉽게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화재나 폭발에 취약하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불안정한 화학 반응으로 음극 표면에 뾰족한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체인 ‘덴드라이트’가 쌓이면서 양극과 음극이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분리하는 막을 찢기 때문이다. 쓰리돔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덴드라이트 형성을 막고 섭씨 400도를 견딜 수 있는 폴리아미드 소재의 특수 분리막을 개발했다.

지난 2014년 기요시 가나무라 도쿄수도대 교수가 설립한 쓰리돔은 파나소닉과 일본 완성차 업체 출신 기술자 70여명으로 이뤄진 배터리 스타트업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쓰리돔은 현재 미 시카고 인근 배터리 공장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차세대 배터리 생산을 준비하기 위해 내년에 공장 증설에 나설 예정이다. 회사 측은 "우리 배터리가 언젠가 플라잉카를 띄울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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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드라이트 현상을 방지하는 쓰리돔의 분리막 / 쓰리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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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배터리 스타트업인 일본 아줄 에너지는 메탈에어(metal-air) 배터리 상용화에 필요한 촉매제 개발에 힘쓰고 있다. 메탈에어 배터리는 공기 중의 산소를 양극으로 활용해 에너지 밀도를 높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3~10배 많은 전기를 저장하고 방출할 수 있어 '궁극의 배터리'로 불리지만, 전류가 약해 아직 전기차에 사용할 수 없다.

아줄 에너지 창업자인 야부 히로시 도호쿠대 교수는 기존의 망간 대신 철을 넣은 안료를 전극 촉매제로 사용해 배터리 전류를 20~30% 늘리는 데 성공했다. 회사는 메탈에어 배터리를 드론에 탑재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배터리 전류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커넥스 시스템은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전기를 생산하는 '셔틀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으며, 교토 소재의 AC바이오드는 직류 대신 교류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방전하는 방법을 찾아 배터리 지속력을 평균 30% 높였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미국에서도 다양한 신생기업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실라 나노테크놀로지스는 독일 다임러그룹 등의 투자를 받은 배터리 스타트업이다. 테슬라 출신 진 버디체프스키가 설립한 이 기업은 리튬이온 배터리 음극재 소재로 실리콘 기반 나노분자를 사용한다. 현재 음극재 소재인 흑연을 실리콘으로 대체하면 에너지 밀도를 20%가량 높이는 동시에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소듐이온 배터리 스타트업 아퀴온 에너지, 배터리팩 스타트업 로미오파워, 그래핀 배터리를 만든 나노텍 에너지 등이 설립 이후 각각 3000만달러가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배터리 산업을 키우려는 유럽의 경우 각국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유망 신생기업에 투자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BMW, 폴크스바겐 등과 합작사를 세운 스웨덴 노스볼트가 대표적이다. 노스볼트는 유럽투자은행(EIB)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스웨덴 스켈레프테아와 독일 잘츠기터와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테슬라 출신 임원이 지난 2015년 설립한 노스볼트는 한국과 일본 배터리 전문인력 약 30여명을 유치해 짧은 시간 내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랑스 배터리 스타트업 베르코어는 2022년 리튬이온 배터리 16GW 양산을 목표로 현지 남부에 공장을 짓는 중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 스타트업에는 프랑스 에너지 회사 슈나이더일렉트릭과 EU가 출자한 EIT이노에너지 등이 투자했다. 베르코어가 생산한 배터리는 르노에 공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국 배터리 스타트업 브리티시볼트도 사우스웨일즈에 30GWh 규모의 배터리를 건설할 예정이다.

다만, 촉망받는 신생 배터리 업체들이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닛케이는 "배터리 스타트업에도 기회는 열려 있지만, 이미 대형 배터리 제조사와 완성차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쟁이 치열한 배터리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주요 배터리·완성차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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