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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몰고 온 ‘검은 코끼리’ 세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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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영의 원려심모]

코로나19 이후 대비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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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침체, 기후위기, 생물다양성위기

신종 감염병은 검은 코끼리다. 신종플루 이후 신종감염병에 대한 경고가 반복적으로 있었다. 신종감염병인 코로나19는 검은 코끼리에 해당한다. 검은 코끼리란 우리가 머물고 있는 방안에 있으나,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위험을 의미한다. 전문가가 그 위험을 목청 높여 떠드나, 의사결정권자가 이를 무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명망가인 빌 게이츠를 비롯하여 다수의 전염병 전문가가 신종감염병의 등장을 경고했다.

코로나19를 검은 백조라고 분류하는 사람도 있으나, 정확하게 분류하면 검은 코끼리다. 검은 백조는 발생 가능성은 낮으나 발생하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2007년과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에 해당한다. 검은 코끼리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그 영향력도 높은데, 우리가 그 발생가능성을 외면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제 신종감염병은 검은 코끼리에서 회색 코끼리로 인지하게 되었다. 항공기에서 건물에까지 환기와 관련된 규정이 강화되고, 관련 표준이 제정되기 시작했다. 신종감염병의 등장에 대비하여 여러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에 해당하는 조직이 만들어졌으며,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는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기후온난화와 위기, 인구증가에 따른 농지확대, 도시화와 세계화의 메가 트렌드는 세계보건기구 팬데믹 6단계를 연결시키는 다리의 역할을 했다. 신종감염병은 주기적으로 등장할 것이며, 그 등장 주기도 더욱 가파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1)

그런데 신종감염병만 검은 코끼리일까?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검은 코끼리는 없을까? 돛대 위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는 우리 중의 누군가가 바로 앞에 거대한 암초가 있다고 목청을 한껏 높여서 우리에게 외치는데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없을까? 코로나19보다 거대한 검은 코끼리를 우리는 애써 고개를 돌리고 보려 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우리 인류 중 돛대 위에 오른 자들이 우리에게 외치고 있는 것은 경제침체,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위기 등이다. 양적완화와 극단적 경제적 양극화 심화 및 과도한 생산력은 새로운 대공황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2020년 시베리아 일부 지역이 38도에 달했고, 우리나라는 장마가 아닌 기나긴 우기를 지나고 있다. 기후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다. 기후위기는 매년 더욱 심각해질 것이고, 기후온난화에 대한 극단적 조치가 멀지 않아 요구될 것으로 나는 판단한다. 기후온난화에 대한 극단적 조치로 말미암아 탈화석연료 경제가 강제될 것이며, 이는 경제 시스템에 산업사회 이후에 가장 거대한 충격을 줄 것이다. 에너지 섬으로 에너지의 97%를2) 배를 통해 수입해야 하는 한국은 가장 큰 충격을 받는 나라가 될 것이다. 생물 다양성 위기는 기후위기와 인류의 농지 확대 등으로 야기되는데, 이는 인류에게 식량위기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들 세 마리의 검은 코끼리는 혈육지간으로 상당히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이들 세 마리의 검은 코끼리 형제 중 기후위기와 이로 인한 탈화석연료 경제 체제를 한국 사회는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미국이 파리협약에서 탈퇴했으나, 조만간 재가입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 경제를 압박하고, 그린 경제에서의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강제화된 탈화석연료 경제 시스템은 제3세계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는 한국의 신남방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직 에너지 집약적 산업이 많은 한국 사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태양광발전과 수소경제는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하나, 전환의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며, 기술발달의 추세와 연계해야 한다. 탈화석연료 경제 체제에서 한국사회가 경쟁력을 오히려 강화하기 위해서는 신북방정책을 빠르게 전개하는 것도 하나의 길이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사회 시민의 생활 습관과 에너지 사용 패턴의 변화가 필요하다. 원격근무의 일상화는 한국사회의 에너지 사용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 혹자는 2050년 핵융합발전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겠으나, 기후위기의 속도가 2050년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이며, 2050년이 되어도 핵융합발전이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공급하기에는 기술적 성숙도와 비용적 타당성이 부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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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검은 코끼리’ 세마리는?

이들 세 마리 코끼리는 한국 사회의 안방에 머리를 두고, 인류 사회가 거주하는 거실에 그 몸통을 눕혔다. 그만큼 몸집이 거대하다. 그렇다면 한국사회가 거주하는 안방을 차지한 검은 코끼리는 없을까? 초저출산, 기대수명 증가, 극단적 경제 양극화 등이 한국사회의 검은 코끼리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올해 0.9가 깨질 것이기는 한데 그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다. 2020년 출생아 수는26만~27만 정도로 예상하는데3), 합계출산율이 0.8대 중반에 머물게 될 것이다. 참혹한 출산율이다. 합계 출산율이 2.1이 되어야 인구가 유지된다. 내년 출산율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내년부터 코로나19가 출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결혼율은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줄었다. 2020년 4월을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결혼 건수가 약 22% 감소했다.4) 2021년 출산율은 0.8 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기대여명 증가 추이로 보건대, 지금의 50~60대를 지금 태어난 아이들이 부양해야 한다. 1명이 4명을 부양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합계출산율 감소의 원인은 비교적 명확하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 경제적 양극화와 부동산 가격 상승, 여성에게 육아 독박 등이 그 원인이다. 육아보조금 등의 미시적이고 현상적 정책으로 출산율 감소를 해소할 수 없다. 보다 과감한 부동산 정책, 일자리 나누기를 포함한 기본 일자리(Basic Jobs) 정책5) , 육아의 사회적 책임과 여성의 경력 단절 방지 등이 필요하다.

한국사회의 기대수명 증가와 기대여명 증가도 또다른 검은 코끼리다. 기대수명 연장에 대해서는 우리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기대수명 증가에 대비한 교육, 취업, 결혼, 각종 연금 제도, 의료 제도 등은 기대수명 증가라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정밀의료, 원격진료 및 실시간 진단 체계, 생명과학기술은 인간의 수명을 급격하게 증가하게 할 것이다. 인간의 기대수명 증가는 깊은 불확실성(Deep Uncertainty)6)를 낳는다 . 기대수명과 기대여명의 증가에 대응하여, 국민연금, 의료시스템, 퇴직연령, 교육시스템, 결혼제도에 대한 전반적 정비가 필요하다.

노인 기준연령을 65세로 하는 것은 기대수명의 증가 추세와 맞지 않다. 노인기준연령 증가는 청년층의 일자리 기회를 줄어들게 할 위험이 있다. 즉, 각 정책적 대안에 상충관계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시장에 자극을 주어야 한다. 현재 X 세대의 다수가 디지털 문해력이 없는 것은 한국사회의 경쟁력을 낮추는 원인이 된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디지털 문해력을 넘어서 디지털 유창성이 요구되는데, 디지털 이주민인 X세대와, 디지털 노마드인 Y세대는 Z세대와 이후에 등장하게 될 알파 세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목소리는 높은데 경쟁력이 떨어짐으로 해서 X세대와 Y세대에 의해 정책과 제도가 왜곡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변화 가능성을 전망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경제적 양극화는 심각한 문제를 낳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소득 양극화는 OECD 국가 중 수위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자산 양극화는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가계자산은 대부분 부동산에 묶여 있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자산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한다. 소득 양극화와 자산 양극화를 합친 경제적 양극화는 그 사회의 경쟁력을 잃게 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지면 그 사회의 역사는 쇠퇴한다.7) 멀리 보면 로마가 그러했으며, 대공황 직전의 미국이 그러했다. 가까이 보면 한국의 고려가 조선으로 바뀐 이유가, 조선조 말의 무기력함이 경제적 양극화에 기인한다. ‘역사는 반복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익을 보는 자가 있겠으나, 그것이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 보다 큰 가치가 아님은 분명하다. 경제적 양극화의 주범 중 하나인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는 데 보다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나라 헌법이 건국 헌법 이래 토지공개념을 둔 이유가 있다. 역사적 경험 때문이다. 토지 공개념을 강화해야 한국사회가 산다.

한국 사회가 머무는 방을 차지한 이 검은 세 마리의 코끼리도 인척관계다. 서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들 세 마리의 검은 코끼리를 잘 길들여서 회색 꼬끼리로 만들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의 미래는 없다. 그 미래 시점은 아주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의 주류 세대인 베이비부머가 아직 생존한 미래가 될 것이다. 우리가 싼 똥을 우리가 치워야 하며, 치우지 못하면 우리가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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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와 전환 필요…‘갈 수 있느냐’ 아닌 ‘가야 하는’ 길

우리가 애써 외면한 검은 코끼리는 앞에서 언급한 여섯 마리만 있는 것은 아니겠으나, 일단 이 여섯 마리의 코끼리를 회색으로 바꾸고 길들여야 한다. 그들에게 깔려 죽지 않으려면 그래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거대한 전환을 실행해야 한다.

거대한 전환은 사회, 정치,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겁쟁이이며 졸렬하기까지 한 실리콘 밸리의 일부 백만장자에게 뉴질랜드에 비밀 벙커를 건설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그들은 좀비와 핵전쟁의 아포칼립소에서라도 살아남겠다는 충실한 인간적 본능을 보여준다. 레이션(Ration)을 까먹으며 살아남는 것이 그들에게 플랜B가 될 것인데, 그 돈과 열정으로 사회, 정치, 경제 시스템을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한국인에게, 그리고 인류에게는 두 개의 길만 남아 있다. 하나는 역사의 쇠퇴(Collapse)로 가는 길이고 다른 한 길은 절제(Discipline)와 전환(Transformation)이 융합된 새로운 길이다. 이 절제와 전환의 길은 그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 유네스코(UNESCO) 미래학 의장인 소하일 이나야툴라(Sohail Inayatullah) 교수에 따르면 그 달성 가능성이 적으나(Outlier),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길이다. 카이스트(KAIST) 이광형 교수가 말한, 거꾸로 세상을 보는 현명함이 필요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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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전환은 칼 폴라니(Karl Polanyi)의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헤즈켈 드로어가 제시한 인류세 이후의 인류재발달세(Anthroporegenesis)를 의미하며, 세계경제포럼의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의 연장선이며, 대니얼 벨의 탈산업사회의 완료이기도 하다. 이 거대한 전환을 실행하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부터 전환적 대화와 다양한 미래상을 그려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우리의 기업이, 학계가, 정치권이, 행정부의 공무원과 사법부가 손아귀가 파랗게 질릴 정도로 꼭 쥔 사탕과 같은 현재의 이익에서 눈을 돌려, 조금 먼 미래를 보고 원려심모(遠慮深謀)를 해야 할 때다. 제 똥을 제가 먹지 않으려면 그래야 한다.

윤기영/한국외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 에프엔에스 미래전략 연구소장

synsaje@gmail.com



참고 자료

1) 윤기영, 이명호. 2020. 『뉴노멀: 우리가 알던 세상은 끝났다』. 책들의정원

2) 손양훈. 2017. 우리나라 에너지 사정 그 여건의 변화와 전망. 에너지경제연구원, 제9기 차세대에너지리더과정 개강 특강 발표자료

3) 기획재정부. 2020.06.26. 「제2기 인구정책 TF(전담팀)」 6차 회의 개최

4) 통계청. 2020년 4월 인구동향 (출생, 사망, 혼인, 이혼)

5) 윤기영. 2019.08.30. 기본소득보다 기본일자리가 더 시급하다. 한겨레

6) 예헤즈켈 드로어(Yehezkel Dror) 저, 권기헌, 윤기영, 이강헌 등 역. 『인류지도자를 위한 비망록』. 박영사

7) Ed Lake(ed). 2013.02.07. Return of the oppressed. Aeon; Peter Turchin. 2007. 『War and Peace and War: the Rise and Fall of Empires』. Pl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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