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시진핑 느닷없이 "잔반 남기지 말라" 법까지 만드는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잔반 남기지 말라는 이례적 지시

“법 제정해 음식낭비 엄격하게 제지하라”

중국인 끼니마다 1인당 93g 음식 낭비

5000만명이 1년 먹을 음식 버려지는 상황

코로나, 미·중 갈등으로 식량안전 불확실

자급률 80%를 90% 이상으로 올리려 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먹는 걸 하늘로 삼고(以食爲天)’ 사는 중국인을 향해 잔반(殘飯, 먹고 남은 음식)을 남기지 말라는 이례적인 지시를 내려 화제다. 시 주석은 이를 법으로 제정해 준수하게 하라고까지 말했다.

중앙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이래 줄곧 식량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엔 ’잔반을 남기지 않게 법으로 제정하고 감독을 강화하라“는 이색적인 지시를 내렸다. [중국 인민망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1일 신화사(新華社)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음식 낭비 현상이 보기만 해도 몸서리치고 마음 아플 정도”라며 “그릇에 담긴 음식과 쌀 한 톨 한 톨마다 농부의 고생이 배어있다는 걸 모르느냐”고 질타했다.

시진핑 주석은 “비록 우리나라 양식 생산이 매년 풍년을 이루고 있긴 하지만 식량안전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올해는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는 만큼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중국의 음식낭비 현상에 대해 ’보기만해도 몸서리치고 마음이 아프다“며 잔반 금지라는 이례적 지시를 내려 주목을 끌고 있다. [중국 앙스신문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 주석은 또 “법제화와 감독 강화를 통해 음식 낭비 행위를 엄격하게 제지하라”고 주문하면서 “사회적으로 낭비는 부끄러운 것이고 절약은 영광스럽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탁은 풍성해야 한다는 관념을 가진 중국인이지만 도대체 얼마나 음식 낭비가 심하기에 이런 주문이 나왔을까.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에 따르면 2018년의 한 조사에서 중국인의 끼니마다 이뤄지는 음식 낭비는 1인당 93g에 달하고 있다. 식사 때마다 낭비율이 11.7%에 달한다고 한다.

중앙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농가를 방문해 먹을 것 앞에 선 어린 아이를 대견한 듯 바라보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인의 밥그릇은 중국인이 챙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인민망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중국과학원과 세계자연기금(WWF)의 2018년 조사에서 중국의 한 해 식량 낭비가 1800만t으로 추정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량은 5000만 명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중국은 지난 5년 동안 곡물 생산이 6억 5000만t 이상을 기록하며 안정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82년 3억 5500만t이던 게 지난해엔 6억 6400만t으로 늘었다.

중앙일보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격화하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월 말 지린성 곡창지대를 방문해 식량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식량 자급률은 80% 전후로 20%가량을 외국에서 수입한다. 중국 세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도 외국에서 식량을 들여오는데 1542억 2000만 위안(약 26조 3000억원)을 사용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포인트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식량 수입국이다. 홍콩 명보(明報)는 12일 중국문제 전문가 후싱더우(胡星斗)의 말을 인용해 시 주석이 잔반 금지까지 지시하게 된 건 올해 중국이 확실히 식량안전문제에 부닥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중국의 음식낭비 현상을 개탄하며 입법을 통해 이를 막고 절약이 미풍이라는 교육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중국 앙스신문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초부터 터진 코로나 사태에 6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홍수, 메뚜기 떼 피해, 여기에 미국과의 갈등 등 복잡하고 다양한 위기에 부닥쳐 하반기 식량안전이 불확실성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둬웨이는 국제농업발전기금 등의 보고를 볼 때 올해 지구촌은 코로나 사태로 1억 3000만 명의 기아 인구가 증가해 전체적으론 6억 9000만 명이 기아에 허덕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25개 국가가 심각한 기아 위협에 처하게 된다고 한다.

중앙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 말 지린성의 한 농가를 방문해 부엌의 솥뚜껑을 열어보고 있다. 시 주석은 ’손안에 식량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 사실상 전쟁에 가까운 갈등을 겪고 있는 시 주석은 “손안에 양식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며 지난 7월 말 중국의 곡창 지대인 지린(吉林)성을 시찰한 바 있다. 미국과의 장기적인 싸움에 대처해 먹는 문제인 식량안전부터 챙긴 것이다.

한데 중국의 전통적인 ‘따츠따허(大吃大喝, 많이 먹고 많이 마시는)’ 문화에 따라 파생되는 고질적인 음식 낭비 현상을 타파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식량도 브랜드를 높이면 가격도 높게 받을 수 있는 등 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 주석의 지시가 나오자 코로나의 진앙이었던 후베이(胡北)성 우한(武漢)의 음식업계는 우한의 모든 식당에 대해 ‘N-1 모델’을 제시했다. N은 ‘손님 수’를 가리키는 것으로 10명의 손님이 오면 '10-1' 즉 9개 이상의 요리는 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또 적은 수의 손님에 대해선 요리의 양을 반으로 줄이거나 남은 음식은 싸가게 하는 방식 등을 통해 잔반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후싱더우는 중국이 식량 자급률을 90~95%까지 끌어올리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