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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인권 검찰도 폐지냐"…검찰, 법무부 직제개편안 반발 기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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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오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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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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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내놓은 검찰청 직제개편안에 대한 일선 의견조회 기간이 하루 남은 가운데, 검찰 내 반발 기류는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특히 검찰총장의 권한을 축소하고 견제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되려 실무에서 중요한 포인트들은 다 놓쳤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인권 검찰' 그렇게 강조하더니…방해되니 없앤다?"



법무부가 대검찰청 인권부를 사실상 폐지하고 인권감독과는 감찰부로 편입하는 방안을 내놓자 기존 인권부 내 검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2018년 6월 문대통령의 지시로 신설됐던 조직이 1년 만에 해체된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단 것이다.

또 최근 정부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까지 모두가 '인권 검찰'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유지돼 온 부서를 갑자기 폐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검찰 안팎에서는 내부 감찰에서 윤 총장이 대검 인권부를 활용하려 했던 것이 '눈엣가시'로 보인 것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윤 총장은 '검언 유착',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위증교사 의혹' 등 사건 감찰을 대검 인권감독과에 맡기려 하다 감찰부의 반발을 산 바 있다. 현재 감찰부는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 판사 출신의 한동수 감찰부장이 이끌고 있다.

인권부는 반발 의견 제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의견을 내도 반영되지 않을 것이란 무력감도 존재한다.

대검 간부급 모 검사는 "지금의 법무부가 과연 일선 검사들이 의견을 낸다고 들어줄 마음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들을 생각이 있었다면 이런 식의 개편안을 만들어 내려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게 공판부 확대? 철학적 고민이 없다" 성토장 된 검찰 내부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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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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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는 직제개편안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성토장이 됐다.

정유미 대전지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0기)는 전날(12일) 오후 '질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검찰내부망에 올렸다.

정 부장검사는 △공판준비형 검사실 개편 △전담별 전문사건 전담 처리 △공판부 기능 강화 및 확대 △이의제기 송치 사건 전담부 △인권 수사협력팀 운영 등 19개의 질문을 올렸고 법무부 측의 답변을 요구했다. 직제개편안에 대한 구체적 설명과 근거를 요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정 부장검사는 "질문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지만 그것보다 더 크게 나오는 것은 탄식"이라며 "개편안을 보면서 마치 따귀를 맞은 듯 모멸감을 느끼는 것은 저만의 감정이 아닐 것"이라 했다.

이어 "제대로 된 조사도 연구도 없이 아무렇게나 막 뒤섞어 판을 깨 놓으면서 '개혁'이라 위장하려 들지 말아달라"며 "지금 이렇게 검찰을 망가뜨려 놓으면 결국 피해는 국민들의 몫이 된다"고 덧붙였다.

앞선 지난 11일에는 차호동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사법연수원 38기)가 쓴 글이 올라왔다. 차 검사는 법무부가 형사공판부를 강화하겠다며 내놓은 직제개편안에 대해 "아무런 연구나 철학적 고민 없이, 공판 분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만들어진 개편안"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의 개편안에는 현재 공판검사 1인당 평균 재판부 수가 1.8개인 현실을 바꾸자며 '1재판부 1검사제'를 시행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도 '공판검사실의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는 못한다'며 형사부 인력과 함께 일부 업무도 넘겨야 한다는 제안을 담았다.

차 검사는 "1검사 1재판부는 검사 1명이 공판에서 담당해야 할 업무가 더욱 풍성하고 다양해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면서 "(법무부의) 현재 1인이 재판부 1.8개를 담당해서 공판 준비에 필요한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다면서 '형사부보다 일이 적은 건 맞으니 형사부 업무로 보충해보자'는 의견은 어떠한 철학적 고민의 산물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공판검사실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못한다는 건 어떠한 실증적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냐"면서 "공판부 검사가 해야 할 업무와 정체성은 무엇인지, 특히 개편안이 말하는 조서 없는 공판준비형 검사실 시스템에서는 특히 어떠한지 한 번이라도 깊은 고민을 해봤다면 개편안과 같은 표현은 도저히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검사와 차 검사의 글에는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이 형사부와 공판부 업무를 정말 쉽게만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든다', '현실과 동떨어진다', '철학적 배경이 없어 어디서부터 논의해야 할지 막막하다' 등 공감을 표하는 현직 검사들의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다.


검찰 출신들 "서울중앙지검 개편안 보면 실무 모르는 티 난다"



검찰 실무를 잘 아는 검찰 출신 법조인들도 이번 개편안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검찰 출신 A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개편안이 제일 문제"라며 "지금 법무부는 기능 분산에만 초점을 맞춰 개편안을 만든 것 같은데, 검찰 실무는 그런 식으로 운영하면 효율적으로 사건 처리를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간 3차장 산하에 특수 사건을 담당하는 부서들이 몰려있던 이유는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를 중간 간부로 앉혀 일률적이고 효율적인 사건 처리가 가능토록 하기 위함이었는데, 개편안은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무시해버렸다는 것이다.

A변호사는 "전통적으로 해 온 것에는 해 온 이유가 있는 것인데 실무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며 "1차장 산하에는 형사부를 많이 모아 놓고 형사부 경험이 많은 검사를 차장검사로 앉히는 등 각각의 '전공 분야'를 살려 운영해 왔다. 그런 시스템은 무시하고 기능을 똑같이 나눠 분산만 하면 다 좋다는 이야긴가"라고 우려했다.


법무부 검찰과장 사과까지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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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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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이 공식 사과까지 내놓는 촌극도 벌어졌다. 검찰과장은 개편안 실무를 담당한다.

김 과장은 13일 검찰내부망에 글을 올려 "이번 직제개편안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주무과장으로서 여러 검사님들을 비롯한 검찰 구성원들께 우려를 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따끔한 질책은 겸허히 수용하고, 일선 검사님들을 비롯한 검찰 구성원들께서 주신 의견들은 고마운 마음으로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대검에 보내드린 설명자료 중 논란의 중심이 된 '검찰 업무시스템 변화(형사부를 공판준비형 검사실로 개편, 1재판부1검사1수사관제 등)'와 관련된 내용은 이번 직제개편안에는 반영되지 않은 부분임을 말씀드린다"며 "이를 담은 이유는 향후 풀어야 할 숙제의 엄중함과 규모에 비추어 대검의 기능과 중앙지검의 체제가 형사와 공판으로 확고하게 중심을 이동할 필요가 있다는 고민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과장의 사과에도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1기)는 김 과장 글에 댓글을 달아 "대검 직제개편 역시 너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며 "소위 법무검찰개혁위원회라는 곳에서 발표한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고 법무부 장관을 사실상 검찰총장으로 만드는'권고안에 이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약화'시키려는 의도에서 만든 개편안이라는 불만이 팽배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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