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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롯데 '2인자' 황각규 퇴장…재계, 코로나19 위기감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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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은 온라인서 밀리고 화학도 뒤늦게 전기차 배터리 소재 진출 타진

코로나19로 변화 가속화, 재계 "롯데·GS 등 상당수 기업들 동병상련"

뉴스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의 최측근으로 불려온 롯데그룹 2인자 황각규 부회장이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임한다. 사진은 2015년 9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란히 출석해 자리에 앉으려는 모습. 2015.9.1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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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재계순위 5위 롯데그룹의 '2인자'로 불려온 황각규 부회장이 13일 전격적으로 물러난 것은 재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최근의 위기를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크게 유통과 화학, 두 축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롯데그룹은 코로나19로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백화점, 마트 등 대형점포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17조6328억원으로 1.1%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4279억원으로 전년보다 28.3%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8536억원으로 적자확대했다.

롯데쇼핑의 실적부진의 골은 코로나19로 다중시용시설을 꺼리는 현상으로 인해 더욱더 깊어졌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5% 줄어든 14억원에 불과했고, 매출 역시 4조459억원으로 9.2% 역성장했다.

온라인몰을 기반으로 한 쿠팡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7조1530억원으로 2018년 대비 64.2% 증가하는 등 급격한 성장세에 있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G마켓과 옥션, G9를 운영 중인 이베이코리아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27% 성장한 615억원, 매출(수수료 기준)은 12% 증가한 1조954억원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에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온라인 쇼핑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

화학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롯데케미칼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1% 줄어든 2조6822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90.5% 감소한 329억원, 당기순이익은 88.7% 줄어든 306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롯데로서는 숱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미리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하지 못한 게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한때 전기차 배터리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대형배터리 사업을 본격화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았다.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분야 글로벌 선두 업체인 일본의 히타치케미칼 인수를 통해 2차 전지 소재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쇼와덴코에 밀려 실패했다. 지난 5월 쇼와덴코의 지분 4.69%를 매입해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경쟁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에 비하면 한참 뒤처진다.

유통 분야에서는 2018년 8월 롯데쇼핑 내 이커머스 사업부를 출범시키는 등 3년째 온라인쇼핑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했지만, 쿠팡, 이베이 등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에 여전히 밀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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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각규 부회장이 지난 2017년 10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지주 주식회사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7.10.1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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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본격적으로 불거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두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불거지면서 롯데가 각종 사업에 차질을 빚은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재계 인사들도 적지 않다. 롯데는 2016년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했지만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등 오너일가의 비자금조성 및 횡령·배임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로 인해 상장을 미뤄야 했다.

신동빈 회장은 2018년 2월 면세점사업권 재승인 등 경영현안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서원(최순실)씨의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건넨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8개월간 복역하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신 회장이 복역할 당시 비상경영체제를 이끌었고, 경영권 분쟁의 파고를 함께 넘어오며 롯데지주 출범을 주도한 인물이 황 부회장으로 그의 이번 퇴진은 롯데가 이번 위기를 그 이전에 겪어온 난관 이상의 어려운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재계 5순위 안에 드는 기업들이 반도체, 바이오, 수소·전기차, 전기차 배터리 등을 기반으로 코로나19 이후를 주도할 기업으로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에 비해 롯데는 소외돼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계 서열 10위권을 포함해서 보더라도 포스코가 전기차 배터리 소재, 한화는 태양광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에 비해 롯데나 GS 등은 두각을 나타내는 사업을 찾기 어렵다"며 "이들 기업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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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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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pd01@new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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