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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행안부가 쏘아 올린 개방형 OS 사업···국산 OS 시장은 3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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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남시현 기자] 2009년 출시된 윈도우 7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해준 일등 공신이다. 윈도우 7은 출시 1년 6개월 만에 판매량 3억 5천만 장을 돌파했고, 3년이 지나 6억 개를 판매했다. 유일한 경쟁 상태가 전작인 윈도우 XP 뿐이었을 정도니, 그야말로 시장지배적인 역할을 해낸 셈이다. 하지만 운영체제는 보안이나 호환성으로 인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판올림할 필요가 있고, 윈도우 7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에 윈도우 7은 2015년 1월부터 일반적인 기능 업데이트를 종료하고 5년간 주요 보안 업데이트를 지원해왔으며, 2020년 1월을 끝으로 연장 지원을 종료했다. 현재 기업 환경 한정으로 3년간 유료 연장 지원을 펼치고 있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윈도우 7은 공식적으로 수명을 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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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공식적으로 윈도우 7 지원이 종료됐다. 아직 유료 지원이 남았지만 그마저도 오는 2023년이면 끝날 전망이다. 출처=마이크로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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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윈도우 7이 개인용 PC의 폭발적인 보급과 맞물렸던 운영체제였던지라 여전히 점유율이 높다. 스태티스타(Statista)가 발표한 2017년부터 2019년 북미 및 서유럽에서 윈도우 7 및 10 채택률을 볼 때, 2019년에도 윈도우 10 대신 윈도우 7을 선택한 비율이 29%를 차지할 정도였다. 물론 개인 이용자나 기업은 최신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것에서 오는 이점을 잘 살리는 지라 진즉 갈아탄 비율이 높다.

문제는 정부 기관이다. 정부 기관은 운영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운영체제와 맞춰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그 규모가 기업보다 훨씬 광범위해 쉽게 운영체제를 바꿀 수 없다. 또한, 운영체제가 탑재된 상태로 PC를 구매하는 것이 기본인데, 하나하나 업데이트하는 식으로 운영체제를 바꾸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윈도우 7 지원이 끝난 지금도 윈도우 10으로 쉽게 갈아타지 못하는 이유다.

정부 주도의 운영체제 도입,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운영체제는 컴퓨터를 운용하기 위한 기본적인 단위다. 컴퓨터를 활용하는 것부터 관리까지 모두 운영체제의 틀 안에서 이뤄진다. 그런 운영체제에 대한 지원 중단은 곧 컴퓨터 자체의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상태로 PC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할 순 있지만, 해킹이나 사이버 공격에 취약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실행할 수 없다. 최신형 CPU가 윈도우 7을 지원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부 역시 윈도우 7을 대체하기 위한 나름의 준비를 해왔다. 대표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제작하고 인베슘이 운영 중인 ‘하모니카 OS’,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산하 국가보안기술연구와 한글과컴퓨터가 개발한 ‘구름OS’, 티맥스에이앤씨(前 티맥스오에스)가 개발한 티맥스 OS다. 세 운영체제 모두 오픈소스 기반의 리눅스(Linux)를 기반으로 제작한 운영체제인데, 쉽게 표현하자면 공공재 형태로 개방돼 무료로 쓸 수 있는 운영체제를 국내 환경에 맞게 자체적으로 손봤다는 의미다. 따라서 서로 비슷하지만, 활용도에 따라 구성이나 성격이 다르다.

조용하지만 꾸준히 발전하는 인베슘의 하모니카 OS(HamoniKR 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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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카 3.0에 포함된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 출처=인베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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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카 OS는 2014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의 ‘공개SW활성화 계획’의 일환으로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사업을 실시하고, 비즈니스온커뮤니케이션회사가 개발한 운영체제다. 도입 취지는 국내 사용자들의 리눅스 사용성을 강화하여 큰 설정 없이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리눅스 데스크톱 제공이었다. 하지만 2016년을 기점으로 프로젝트에 관한 추가 지원이 와해했고, 이후 인베슘이 운영을 맡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하모니카OS는 2019년 11월 18일 출시된 하모니카 3.0(64비트) 버전이며, 커널 4.15 LTS를 기반으로 해 2028년까지 업데이트가 지원된다. 해당 버전은 다크 테마 적용은 물론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와 한글 입력기, 시작메뉴 구글 검색 등 다양한 최신 서비스를 적용했고, 다양한 리눅스 기반 프로그램이 구동된다.

한컴오피스 제조사 ‘한글과컴퓨터’의 한컴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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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OS 공개 이후, 소비자친화적인 부분을 다듬어 한컴구름으로 재탄생했다. 출처=IT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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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구름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산하 국가보안기술연구소가 개발한 ‘구름OS’의 개발사인 한글과컴퓨터가 파생형으로 내놓은 운영체제다. 구름OS는 데비안 리눅스를 기반으로 만든 운영체제며, 자체적인 구름 브라우저와 이미지 뷰어, 동영상 플레이어 같은 기본 프로그램을 내장하고, ▲신뢰부팅 ▲실행파일 보호 ▲운영체제 보호 ▲브라우저 보호 등의 특정 기관에 필요한 보안 기술이 적용돼있다. 구름OS가 정부기관 특화 버전이라면, 한컴구름은 사용자친화적인 기능을 강화한 버전이다.

한컴구름은 지난 7월 15일부터 Ver 2.0을 공식 배포하고 있으며, 한글과컴퓨터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한컴구름은 일반 사용자들이 쓰기에 편한 그래픽 인터페이스와 확장성에 무게를 둔 운영체제다. 또한 ‘구름 플랫폼 매니지먼트 시스템(GPMS)’가 제공돼 클라우드 기반 PC나 망분리PC를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어 기업에서도 활용 가치가 있다.

민간 주도로는 최대, 티맥스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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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맥스 윈도우 주요 사항. 출처=티맥스에이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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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맥스 OS는 작년 8월 15일부터 배포를 시작한 운영체제로, 데비안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다. 앞서 두 운영체제와 달리 티맥스에이앤씨에서 개발 하는 운영체제라 사업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오픈소스 운영체제 기반인 만큼 일반 사용자는 TmaxOS HE(Home Edition)를 활용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고급사용자는 관리자 권한이 필요한 사용자는 TmaxOS OE(Open Edition)를 통해 기능을 확장할 수 있으며 기업 사용자는 구매/구독 방식의 유료로 이용해야 한다.

현재 최신 버전은 TmaxOS Home Edition 3.13.1 버전으로 앱 센터 내 스팀 게임 추가나 음성 인식기능, 프린팅, 온라인 강의 기능 개선을 주요 골자로 한다. 티맥스 OS는 자체 개발한 오피스 프로그램 ‘ToOffice’ 티맥스 OS가 설치된 다수의 컴퓨터를 중앙에서 통제/관리하여 보안성을 강화하는 ‘OS Master’ 기능이 포함돼있다.

이르면 10월, 개방형 OS 도입전략 시범사업 실시

지난 2월 5일, 행정안전부는 올해 말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를 개방형 운영체제로 교체하는 사업을 발표했다. 별도로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할 필요 없는 개방형 운영체제를 사용함으로써 관련 예산을 절감하고, 외산보다 더욱 국내 실정에 맞는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덧붙여 현재 인터넷PC와 업무용 보안 PC까지 총 2개 PC를 운용하는 공무원들이 1대 PC로 업무를 처리하게 돼 관련 예산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빠르면 10월부터 행정안전부 PC 일부에 개방형 OS가 도입되며, 5년으로 지정된 PC 내구연한이 끝나는 2026년이면 대부분 공무원이 개방형 OS를 사용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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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티맥스에이앤씨, 한글과컴퓨터, 탈론, 인베슘이 공공 DaaS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추진했다. (좌부터 인베슘 김형채 대표이사, 틸론 최용호 대표이사, KT Cloud/DX사업단 윤동식 전무, 티맥스에이앤씨 한상욱 대표이사, 한글과컴퓨터 김대기 전무) 출처=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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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지난 7월 31일, KT와 티맥스에이앤씨, 한글과컴퓨터, 틸론, 인베슘이 ‘공공기관 대상 DaaS 생태계 조성을 위한 사업 모델 공동개발 및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DaaS(Desktop as a Service, 서비스로의 데스크톱)란, 모든 기기에서 어디에서든 클라우드로 호스팅 되는 가상 데스크톱을 뜻하는 기술 용어로, 중앙에서 IT 지원을 관리하는 식이라서 차세대 컴퓨팅으로 떠오르고 있다. 운영체제는 다를지라도, 이를 구현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오픈소스 운영체제 도입은 단순한 윈도우 대체가 아닌, 디지털 정부 구현과 업무 고도화라는 공적인 임무 성격도 띠고 있다. 이미 티맥스OS나 한컴 구름, 하모니카 OS 등 국산 운영체제는 무료로 배포되고 있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윈도우의 영향력이 워낙 막대해 쉽게 영향력에서 벗어나긴 어렵지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무기다. 국산 운영체제가 향후 윈도우 7의 국내 수요를 깔끔하게 대체할 수 있을지 주목하자.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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