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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줌인]절박감에 '30년 오른팔' 퇴장시킨 辛…디지털 새판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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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이례적 8월 인사 배경은

'오른팔' 황각규 사퇴…후임은 이동우 사장 내정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실적 급락…책임 피할 수 없어

빠르게 변화하지 못하는 조직에 대한 '질타' 메시지도

이데일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그룹)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자신의 오른팔인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까지 사퇴시키며 인적 쇄신에 나섰다. 코로나19로 그룹 전반에 확산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롯데는 매년 연말에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해 왔다. 하지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인물을 발탁하고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명목 하에 이번 인사를 실시했다. 그만큼 변화가 절실했던 셈이다.

이번 충격요법을 통해 신 회장이 추구하는 ‘디지털 전환’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그는 오프라인 습성을 바꾸지 못하는 임원진을 질타하며 대규모 인사 교체를 단행한 바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황 부회장은 이날 롯데지주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젊고 새로운 리더와 함께 그룹의 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으로서의 역할은 계속한다.

신임 대표이사로는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이 내정됐다. 이 사장은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해 경영지원, 영업, 상품기획(MD) 등을 두루 거쳤고 롯데월드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5년부터는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를 맡아 롯데하이마트와 롯데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및 성장을 이끌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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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각규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왼쪽)과 이동우 롯데지주 신임 대표이사(사진=롯데지주)


신 회장과 황 부회장 두 사람이 함께 한 시간은 30년이다. 황 부회장은 1979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한 후 40년이 넘도록 롯데맨으로 재직했다. 특히 1990년 경영수업을 받기 위해 상무로 들어온 신 회장과 회사생활을 함께하며 ‘신동빈의 복심’으로 급부상했다.

황 부회장은 신 회장 입사 이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국제부 부장으로 임명됐고 기획조정실이 정책본부로 변경, 정책본부 국제실 상무→전무→부사장, 롯데지주 공동대표로 승진을 거듭했다.

특히 신 회장을 보좌하며 2004년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2007년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 2009년 두산주류(현 롯데주류) 등 굵직한 기업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을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개척을 주도했다. 이를 통해 롯데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롯데지주 공동대표직을 수행하며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과 경영비리 재판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그룹을 무난히 이끌어왔다. 그렇게 30년의 세월을 함께 한 그는 그룹의 위기 앞에서 쇄신의 선봉에 섰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누적돼온 롯데의 실적 부진이 이번 인사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롯데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며 핵심 계열사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롯데쇼핑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98% 감소했고 매출도 9.2% 줄었다. 롯데케미칼 역시 영업이익이 90.5%, 매출액이 32% 급감했다.

그동안 황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모색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일에 업무 역량을 집중해왔다. 이에 ‘역대 최악’으로 꼽히는 성적표를 받아든 이상 책임을 피해갈 수 없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똑같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재계 5위권에 있는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이 신속한 대응과 신사업 등을 통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롯데만 유독 고전해 그로 인한 책임감을 크게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인사가 빠르게 변화하지 못하는 조직에 대한 신 회장의 ‘질책’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는 작년 연말 인사를 통해 50대 CEO를 비롯한 170명을 승진시키는 등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에 대해 외신 인터뷰를 통해 “말로는 디지털화를 외치면서 (오프라인) 점포 운영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즉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음에도 과거의 타성에 젖어 제대로 된 혁신이 이뤄지지 못한다고 본 것이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에 3조원의 투자를 단행했음에도 만족할만한 성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신 회장이 쇄신의 칼을 뽑아 든 요인으로 꼽힌다.

롯데지주 내부 조직개편을 통해 경영전략실을 경영혁신실로 바꾼 것도 지금은 전략보다 혁신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영혁신실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사업 발굴과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전략 등을 모색하는 데 집중한다. 특히 신 회장이 강조했던 디지털 전환(DT)을 중점적으로 챙기는 조직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로 롯데지주는 신동빈 회장, 송용덕 부회장, 이동우 사장 3인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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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현수 롯데렌탈 대표, 류제돈 롯데물산 대표, 전영민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 내정자.(사진=롯데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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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혁신실장에는 이훈기 롯데렌탈 대표이사 전무가 임명됐다. 현 경영전략실장인 윤종민 사장은 롯데인재개발원장으로 이동한다. 전영민 롯데인재개발원장은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이사에 발탁됐다.

이밖에 김현수 롯데물산 대표이사 사장은 롯데렌탈 대표이사로, 류제돈 롯데지주 비서팀장은 롯데물산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롯데하이마트는 황영근 영업본부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역대 최악에 가까운 실적을 거두고 있어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인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급변하는 경영활동에 빠르게 적응하고 변화를 모색해 달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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