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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절박한 롯데, 실적 부진에 악재 계속 "이대로는 안된다" 충격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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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사장이 롯데지주 새 대표로…롯데지주, 지원 조직으로 개편

'물갈이 인사' 재계 확산 여부 주목…황각규, 이사회 의장은 유지

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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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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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2인자'로 불리던 황각규(65)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젊고 새로운 리더와 함께 그룹의 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용퇴했다는 것이 그룹 측 설명이다.

롯데지주는13일 임원인사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예정에 없던 갑작스러운 인사로, 롯데지주를 포함한 일부 계열사 임원이 전격 교체됐다. 롯데그룹이 정기 연말 인사가 아닌 시기에 고위급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그룹 창립 후 처음이다.

특히 롯데 경영권 분쟁과 신동빈 회장의 구속에 따른 경영 공백기에도 그룹을 지켰던 황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진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 2인자 황각규 대표 퇴진…실적악화 책임 "코로나 장기화에 변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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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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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지주는 "그룹의 생존과 미래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혁신과 변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번 인사 배경을 밝혔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위기 속에서 분위기 반전을 위해 세대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황 부회장 후임으로는 이동우(60) 롯데하이마트 대표가 롯데지주 새 대표이사 사장으로 결정됐다. 롯데백화점 출신인 이 대표는 2015년부터 하이마트를 이끌어왔다. 추진력이 강하고 조직을 다잡는 스타일이라 내부 신임이 두텁다는 평가다.

롯데하이마트 신임 대표로는 황영근(53) 영업본부장이 선임됐다.

황 부회장은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 역할은 계속 수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부터 황 부회장과 함께 롯데지주를 이끌어 온 송용덕(65) 부회장은 유임됐다.

일부 계열사 대표도 바뀌었다. 롯데물산 대표 김현수(64)사장은 롯데렌탈 대표로 자리를 옮기며, 롯데물산 대표로는 롯데지주 류제돈(60) 비서팀장이 내정됐다. 롯데인재개발원 전영민(53) 원장은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를 맡게 됐다.

롯데지주의 경영전략실은 '경영혁신실'로 개편됐다.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으로는 롯데렌탈 대표이사 이훈기(53) 전무가 임명됐다.

이 전무는 롯데케미칼 타이탄 대표이사, 롯데렌탈 경영기획본부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롯데렌탈 대표를 맡아왔다. 현 경영전략실장인 윤종민(60) 사장은 롯데인재개발원장으로 이동한다

◇"세대교체가 살 길" 다른 대기업 영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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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지주 대표이사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사진=연합뉴스)


재계는 이번 롯데의 임원인사를 위기상황 타개를 위한 물갈이 인사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면서, 여타 그룹으로 확산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코로나19 여파를 유독 강하게 받은 그룹의 쇄신 필요성을 절감한 신동빈 회장이 자신의 측근까지 포함한 인사로 그룹 임직원에게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이 연말 정기 인사가 아닌 예정에 없던 고위급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그룹 창립 뒤 처음이다. 황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첫 근무지인 롯데케미칼(당시 호남석유화학)에서부터 함께 일해온 상징적 인사로 꼽힌다.

그만큼 "올해 누적 적자가 1조원이 되어가고, 상황은 악화되고 있어 롯데의 절박함, 신동빈 회장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를 둘러싼 악재는 2015년부터 되풀이되고 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2016년 시작된 검찰 수사는 2017년 사드(THAAD) 부지 제공으로 인한 중국에서의 보복, 2018년 총수 구속으로 인한 불확실성, 지난해 일본 불매 운동과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이어지는 '5년의 고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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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여기에 주력 계열사(롯데쇼핑ㆍ롯데케미칼)의 실적은 곤두박질치면서 코로나19 이후 롯데그룹 시가총액은 7조~8조원이 빠졌다.

롯데그룹 두 축인 유통과 화학 부문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98.5%, 90.5% 급감하며 부진에 빠졌다.

충남 서산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는 폭발사고가 발생했고 최근에는 롯데리아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악재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롯데쇼핑 7개사의 통합 쇼핑몰 롯데온의 시장 반응도 좋지 않은 점이 위기감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신 회장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위기 극복 방안과 장기 경쟁력 강화 등을 주문해 왔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예정에 없던 인사를 통해 분위기 쇄신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이번 인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10대 그룹 고위 임원이 퇴진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앞으로 다른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외부 변수이긴 하지만 이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인사로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쇄신을 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인 만큼 다른 대기업들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그룹 컨트롤타워의 쌍두마차였던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은 자리를 지켰다.

황 부회장은 해외 진출과 인수합병, 사업확장 등 전략 중심의 경영활동을, 송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과 준법경영, 재무 등 내부살림을 맡았다.

이를 고려할 때 황 부회장의 퇴진과 송 부회장의 유임은 롯데그룹이 외부확장보다는 내실 다시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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