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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양제츠 내주 방한, 시진핑 ‘청구서’ 들고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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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시진핑 방한 공들여와

미·중 갈등 속 협조 요구 가능성

화웨이·미사일 민감 이슈 많아

미국 대선 맞물려 외교적 부담

중앙일보

양제츠


양제츠(楊潔篪·사진)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다음주 중 방한하는 일정을 한·중 당국이 조율 중이라고 여권 핵심 관계자가 13일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난 후 4강(미·중·일·러) 고위급 인사의 방한은 지난달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에 이어 양 주임이 두 번째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양 주임의) 방한과 관련해선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주한 중국대사관 측도 “아직 밝힐 수 있는 일정이 없다”고 말했다. 양국 외교 당국의 반응으로 볼 때 양 주임의 이번 방한은 청와대와 중국 공산당 간의 고위급 채널을 통해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양 주임의 카운터파트는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서 실장이 이달 취임한 이후로 공개 면담하는 첫 고위급 인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시 주석 방한을 오랜 기간 공들여 왔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문제 삼아 중국이 취한 각종 보복 조치를 풀기 위해서다. 이는 국내 정치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베이징을 찾아 시 주석을 면담했던 직후에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시 주석의 내년 상반기 방한이 확정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중국이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에 내밀 요구 사안들이다. 미국은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폴란드·체코 등 유럽을,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만을 방문하는 등 고위급이 전 세계를 돌며 반중 캠페인으로 우방들을 규합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필리핀·미얀마 등에 코로나19 백신 원조 약속을 하는 등 아시아 지역 단속에 나섰다.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필리핀이 최근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의 주장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게 그 성과다.

양 주임의 방한도 이 같은 우군 모으기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교가에선 한국이 수용할 내용과 시 주석 방한 시기 및 메시지 수위가 연동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반중 경제동맹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참여, 화웨이 등 5세대 이동통신(5G) 협력, 대만·홍콩 문제 등에서 한국에 양자택일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이슈에 대해서도 중국이 한국에 ‘배치 반대 다짐’을 얻어내려 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중국은 이미 한·중 정상회담을 중국의 대외 이슈에 활용한 전례가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23일 한·중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홍콩과 신장위구르 문제는 중국 내정 문제라는 데 동의했다”고 알렸다. 청와대와 외교부의 설명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취지는 “중국 측 입장을 알겠다”는 뜻이었는데, 중국 편을 든 것처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외교 결례이자 왜곡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당시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수정을 요구했을 뿐 공개 항의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유사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또 시 주석이 올해 하반기 방한할 경우 시기적으로 미국 대선(11월 4일) 전후와 맞물리는 만큼 민감한 시점에서 한·중이 밀착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는 것도 한국엔 외교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유정·김다영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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