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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메뚜기떼 습격 막을 길 열렸다… “핵심은 체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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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몬으로 소통하는 메뚜기… 떼 지어 다니는 것 막기 위해

中연구팀 ‘페로몬 반응’ 실험

이달 4일 중국 윈난(雲南)성 임업초원국은 올 들어 푸얼과 훙허 등 관내 4개 지역에서 메뚜기 떼의 습격을 받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피해 면적만 103.8km²로, 서울 서초구 면적(47.1km²)의 2배를 넘는다. 메뚜기 떼는 전통적으로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에 자주 출몰했지만 최근 들어 중국에서도 메뚜기 떼 습격이 늘면서 식량부족 문제를 우려하기 시작했다.

캉러(康樂) 중국과학원 동물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동물이 의사소통에 사용하는 화학 성분인 페로몬을 이용해 메뚜기 떼를 소탕하는 방법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12일자에 발표했다.

메뚜기는 다른 동물처럼 페로몬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페로몬은 일종의 체취로, 일단 한 마리에게서 분비가 시작되면 주변에 모인 메뚜기들에게서 분비가 되고 결국 떼를 이룬다.

연구팀은 ‘4-바이닐아니솔(4-VA)’라는 달콤한 냄새를 내는 유기 화합물이 다른 메뚜기를 유인하는 데 활용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화합물을 접한 메뚜기들은 수명과 성별에 상관없이 강력하게 이끌리는 행동을 보였다.

연구팀은 4-VA 물질로 메뚜기 떼를 함정으로 유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풀밭에 설치한 끈끈이 덫에 4-VA를 바르고 메뚜기 떼를 관찰한 결과 바르지 않은 덫보다 더 많은 메뚜기가 달라붙는 것을 확인했다.

4-VA 페로몬을 아예 감지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페로몬은 일반적으로 메뚜기의 더듬이에 있는 ‘추상감각자’라는 감각세포를 통해 감지된다. 이 감각세포에는 페로몬과 결합하는 OR35라 불리는 수용체가 있는데 이 수용체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화학물질을 만들어 뿌리는 방법이다. 캉 교수는 “이런 방법을 통해 메뚜기가 모여서 이동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실제로 가능한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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