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들이 솔선수범 차원에서 다주택을 처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투기 목적이 없는 합법적 다주택자까지 원천적으로 공직에서 배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과도한 사생활 침해일뿐더러 자유민주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안 그래도 좁은 현 정권 인재풀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능력 떨어지는 1주택자'가 고위직을 차지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1주택 공직 기준'은 주택정책 실패를 어떻게든 가려보기 위해 내놓은 또 하나의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코미디 같은 상황은 정권이 모든 다주택자를 '악(惡)'으로 몰다 제 발등을 찍은 것이다. 청와대는 아무도 요구하지 않는데 지난해 말 고위 공직자들에게 집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여당은 총선 출마자들에게 '다주택 처분 서약서'를 받았다. 아무리 '인기 영합 쇼'라도 국민 앞에 약속을 했다면 지켜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어땠나. 공직자들은 어떻게든 집을 안 팔고 버티거나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처분하다 공분만 키웠다. 집 처분 지시를 내린 청와대 비서실장부터 2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오락가락하다 뒤늦게 여론에 떠밀려 무주택자가 됐다. 이번에 교체된 민정수석은 한 채를 처분한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시세보다 한참 높은 가격을 불러 '파는 시늉'만 낸 것이었다. 시중에는 '역시 직(職)보다 집이 우선'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이 정권은 공급을 늘려달라는 시장의 요구는 무시하고 오로지 '다주택자 투기 세력이 문제'라는 편 가르기로 일관하다 집값은 못 잡고 애꿎은 사람들에게 세금 폭탄만 안겼다. 그러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다 보니 '1주택 공직 기준' 같은 엉뚱한 발상까지 나오는 것 아닌가. '부동산 정치'의 폐해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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